삼부토건 로고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3일 삼부토건 등 1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첫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수사 진행에 따라 대상이 넓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여사 등 당초 고발되지 않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김건희 특검팀의 문홍주 공보 담당 특검보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KT빌딩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기적 부정거래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처음으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문 특검보는 "이날 오전 8시30분께부터 서울 종로구 삼부토건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며 ”압수수색 대상지는 삼부토건·디와이디 등 회사 6곳과 관련 피의자 주거지 등 총 13곳“이라고 밝혔다.

삼부토건은 특검의 첫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기 시작하던 지난달 30일 본사를 서울 중구에서 현재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종로구의 한 빌딩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문 특검보는 "이전 주소와 현 주소를 다 같이 압수수색했다"며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고 증거인멸 정황이 나오면 당연히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작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채 해병 수사외압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처음 불거졌다.

사건 관계자들이 가입한 '멋진해병' 단체 대화방에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삼부 내일 체크'라는 메시지를 올린 후 삼부토건 거래량과 주가가 급등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김건희 여사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이 사건 수사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그러나 이 사건 첫 조사를 맡은 금융감독원은 삼부토건 전·현직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도 김 여사나 이 전 대표 등은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등은 작년부터 검찰과 금감원의 축소조사 의혹을 계속 제기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재건사업을 논의한 때와 주가 급등 시기가 겹친다며 부부의 개입 의혹을 처음부터 제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었던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를 방문했을 때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해 삼부토건 주식 차트를 보여주며 주가가 5.5배 올랐다고 지적하는 등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문 특검보는 이날 김 여사나 이 대표의 연관성이 조사된 게 있는지 묻자 "구체적인 수사 내용이라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피고발인들 위주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수사 진행에 따라 인적, 물적 대상이 넓어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며 "중점 수사 (혐의가) 경제범죄일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어떤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확보한 압수물 등에 대한 분석을 마친 후 피의자들을 불러 소환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문 특검보는 "분석이 끝난 뒤 진술조서 신문 사항이 결정되기 때문에 (분석이) 끝난 다음에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 같다"면서 "피의자가 급한 상황에 처했다면 조사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수사 스토리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부토건은 지난 2023년 5월22일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한 뒤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분류되면서 1000원대였던 주가가 그해 7월 장중 5500원까지 급등했다. 특히 포럼에 참석했다는 발표가 나기 직전 삼부토건 거래량은 4000만주로 40배 늘어났다.

이 시기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도 우크라이나에 방문해 재건 사업을 논의하던 때다. 문제가 된 컨퍼런스 행사에는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도 참석했다.

특히 이 전 대표가 이 시기 단체 대화방에 "삼부 내일 체크하고"란 메시지를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 여사의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의 심의보고서를 통보 받은 후 삼부토건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올해 4월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민중기 특검팀이 출범하자말자 삼부토건을 1호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그만큼 삼부토건 주가조작의혹 사건이 아직 들여다볼 내용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른 사건들과 비교해 수사가 아직 많이 되지 않은 미개척 사안이라는 뜻이다.

김건희 특검의 특검법상 수사 대상 중 핵심 의혹으로 꼽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건진법사 청탁 의혹,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은 이미 검찰과 경찰이 주요 관련자들을 수차례씩 소환 조사하며 혐의가 어느 정도 많이 드러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다.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만 조사하면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삼부토건 주가조작사건은 금융감독원 조사만 거치고 곧바로 특검팀으로 이첩돼 수사가 상대적으로 덜 된 사안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