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자산이 5조원이 넘는 국내 대그룹들 중 그룹 계열사 전체 합산으로 적자를 본 그룹의 숫자가 2023년 9개에서 작년에는 18개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OK금융-부영-대방건설-중앙-원익그룹 등 5개 그룹은 2년 연속 적자 상태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공시한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경영성과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92개 그룹 중 작년 그룹 전체 당기순이익 합계가 적자인 그룹은 롯데 등 모두 18개 그룹이었다.
2023년 실적 기준으로는 모두 88개 그룹 중 카카오 등 9개가 적자였다. 1년 사이에 적자 그룹이 2배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국내 대기업 경기까지 작년에 크게 악화된 증거로 해석된다.
2023년에는 10대 그룹 중 적자인 그룹이 한곳도 없었으나 작년에는 10대그룹 중 LG와 롯데그룹 등 2개가 적자에 빠졌다. 자산순위 4위 엘지그룹은 2023년 그룹전체 합산 당기순이익이 2조1410억원에 달했으나 작년에는 871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LG디스플레이와 LG에너지솔루션의 대규모 적자 때문이다.
자산순위 5위 롯데그룹도 2023년 1조1760억원 흑자였으나 작년에는 2조6690억원 적자였다. 92개 그룹들 중 최대 적자 규모다.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적자 전환이 가장 큰 원인이고, 나머지 상당수 계열사도 적자 내지 부진에 빠진게 영향을 미쳤다.
자산순위 11위인 신세계그룹도 2023년 6590억원 흑자에서 작년에는 1조608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롯데에 이어 적자규모 2위다. 이마트가 별도기준 1조원 가까운 순손실을 낸데다 지마켓-쓱닷컴-신세계건설 등도 모두 부진했기 때문이다.
CJ그룹도 23년 8400억원 흑자에서 작년에는 4040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CJ이엔앰, CJ CGV 등의 부진 탓이다.
국내 주요 대그룹들의 2024년 경영성과(공정위)
20대 그룹 이외 중견그룹들 중에서는 중앙그룹(-4420억원), OK금융그룹(-4120억원), 에코프로그룹(-3550억원), IS지주(-3320억원), 부영(-2760억원), 에쓰오일(-1860억원), BS(옛 보성, -1790억원), 유진그룹(-1350억원), 이랜드그룹(-1340억원) 등이 합산 실적으로 1천억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그 다음은 대방건설(-930억원), 원익(-910억원), 코오롱(-300억원), 애경(-240억원), 중흥건설그룹(-120억원) 순이다.
특히 오케이금융-부영-대방건설-중앙-원익 등 5개 그룹은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부동산PF 등 부동산 부실대출이 많은 오케이금융그룹은 2023년 그룹 합산 90억원 적자에서 작년에는 4120억원으로 적자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미디어그룹인 중앙그룹도 같은 기간 420억원 적자에서 4420억원 적자로, 적자가 크게 늘었다.
원익그룹도 같은 기간 240억원 적자에서 910억원 적자로, 적자가 더 커졌다. 반면 부영그룹은 같은 기간 5130억원 적자에서 2760억원 적자로, 또 대방건설그룹은 1190억원 적자에서 930억원 적자로, 적자규모가 1년 전보다 줄었다.
2023년 1조601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냈던 카카오그룹은 작년 10억원 흑자로, 흑자전환했다. 23년 670억원 적자였던 SM그룹도 작년에는 해운경기 호조에 힘입어 8790억원 흑자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