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임백향 기자

'백주부'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방송가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백종원의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가 주력 신사업으로 추진하던 지역개발사업에서 제동이 걸렸다. 위생 논란과 특혜 의혹이 불거진 이후 지자체와의 협력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올해 1분기 수주 실적이 전년 대비 80% 가까이 급감했다. 상장 당시 강조했던 신성장동력 전략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형국이다.

사업 부진의 직접적인 계기는 축제 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위생 문제다. 이로 인해 사업을 함께 추진하던 지방자치단체들이 거리두기에 나섰고, 더본코리아는 지난 2월 이후 단 한 건의 축제·행사 관련 용역도 따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수주는 고작 3건, 이마저도 모두 연구개발·컨설팅 부문에 한정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건과 비교하면 실적 하락이 뚜렷하다.

더본코리아는 2023년 32건(연구개발·컨설팅 26건, 축제·행사 6건), 2024년 48건(연구개발·컨설팅 30건, 축제·행사 18건)의 지역개발사업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컨설팅과 행사 운영, 메뉴 개발, 프로그램 기획 등 프랜차이즈 역량을 기반으로 한 사업 확장이었다. 매출도 동반 상승해 2022년 10억원에 불과했던 지역개발 관련 수익은 2023년 29억원, 2024년 52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축제 관련 용역은 단가가 높아 실적 상승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시작된 논란이 실적을 막고 있다. 지자체 대상 MOU 체결은 2023년에만 15건에 달했지만, 위생 논란이 알려진 이후 상당수 지자체가 협력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의 구조적 특징상 지자체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신뢰 상실은 곧바로 실적 감소로 연결됐다.

다만 지역개발사업 실적 악화가 당장 재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전체 매출 1107억원 중 지역개발 등 기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더해 더본코리아는 현재 보유 자산의 상당 부분을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작년 말 연결 기준 자산은 3527억원인데, 이 가운데 유동자산이 2286억원으로 전체의 65%를 차지한다. 유동자산이란 1년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을 의미하는데, 기업의 단기적인 자금 운용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좌)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내세워 명소로 거듭난 예산상설시장 전경과 (우)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그래픽=더트래커/배건율 기자

유동자산 안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375억원)과 단기금융상품(1911억원)이다. 이 둘을 합치면 2286억원 중 2286억원, 즉 유동자산 대부분이 사실상 ‘당장 쓸 수 있는 돈’이다. 여기서 단기금융상품이란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예·적금, 채권 등을 말한다.

문제는 중장기다. 더본코리아는 상장 당시부터 지역개발사업을 가맹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유통·IP 비즈니스와 연계할 수 있는 전략적 축으로 설명해왔다. 프랜차이즈 노하우와 자산을 활용해 각 지역에 새로운 먹거리 브랜드를 도입하고, 부자재와 소스를 공급하며 수익을 올리는 구조로 방향성이 잡혔었다.

이 같은 전략은 기업 이미지 개선과 ESG 경영과도 연결되는 설계였다. 그러나 여론 악화와 사업 구조에 대한 오해가 쌓이면서 이 같은 청사진은 점차 흐려지는 모양새다. 특히 일각에서는 ‘백종원의 회사’라는 브랜드 인식이 오히려 리스크 요인이 됐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실제 더본코리아는 상장을 준비하며 백 대표 체제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이사회 구조를 확대하고 강석원 전무가 사내이사로 등기되며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각종 위기 상황에서 실무 이사진의 존재감은 보이지 않았고, 모든 대응은 백 대표 1인에게 집중됐다. 이로 인해 ‘백 대표 의존도는 낮추지 못한 채, 신사업도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본코리아 주가는 20일 종가기준 2만6700원을 기록했다. 지난 12일 기록한 최저가 2만6100원 대비 소폭 반등한 수준이다. 상장 직후 6만45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고점대비 60% 가량 떨어진 상태다.

최근 가맹점 상생 방안을 내놓은 백 대표는 “지금은 주가보다 점주 안정이 우선”이라고 밝혔지만,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현금 및 단기금융자산만 2200억원 이상 보유한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 등 밸류업 정책에 소극적인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더본코리아의 현 상황을 두고 프랜차이즈 업계 특유의 리스크가 드러난 사례로 보고 있다. 방송에서 인기 있는 스타 대표의 힘으로 성장했지만, 그가 논란의 중심이 될 경우 타격은 더 크다는 것이다.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증권신고서에서 백종원 대표이사의 질병이나 사고, 평판 하락 등이 일시적으로 브랜드 가치와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명시하며, 대표 1인 중심 경영체제가 지닌 잠재적 리스크를 스스로 인정한 바 있다. 상장 전부터 구조적 리스크를 경고한 분석이 있었던 만큼, 향후 전략 재정비와 내부 거버넌스 재구축이 요구된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