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임백향 기자

카카오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이후 6년 만에 재계 순위가 하락했다. 자산 감소는 미미했지만, 계열사 수는 2023년(147곳) 최고점 대비 13곳 줄며 조직 재편과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카카오는 총 공정자산 34조8480억원, 계열사 115곳으로 재계 16위에 올랐다. 이는 전년 대비 자산 기준으로는 1%(약 3000억원) 감소한 수치지만, 계열사 수는 2023년 147곳에서 32곳이나 줄었다. 그 결과, 재계 순위는 2022년부터 유지해오던 15위에서 한 계단 내려앉았다.

2023년까지 계열사 수 기준 147곳으로 SK(198곳)에 이어 2위를 기록했던 카카오는, 2025년 기준으로도 여전히 SK와 한화(119곳)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계열사를 보유한 그룹이다. 다만, 조직 슬림화 기조 속에 비핵심 자회사를 매각·청산하거나 흡수합병하며 빠른 속도로 몸집을 줄여나가고 있다.

최근 7년간 카카오의 계열사 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69곳, 2020년 97곳, 2021년 118곳, 2022년 136곳, 2023년 147곳, 2024년 128곳, 2025년 115곳 이다.

카카로 로고. 사진=카카오

구체적으로 2023~2024년 사이 카카오는 12개 회사를 청산하고, 11개 회사를 흡수합병 방식으로 정리했다. 반면 이 기간 새로 편입된 계열사는 오션드라이브스튜디오, 이케이게임즈, 테인스밸리 등 소수에 그쳤다. 2024~2025년 2년 동안 32개 계열사가 줄었다는 점은 그룹의 방향성이 ‘내실 다지기’에 맞춰졌음을 시사한다.

이번 자산·계열사 정리 흐름은 카카오의 재무지표 악화와 무관치 않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8637억원, 영업이익은 10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3%, 12.4% 줄며 수익성 둔화가 뚜렷했다.

여기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 매각 검토설이 이어지며,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재무적투자자(FI)들의 엑시트 수요도 가시화되고 있다.

카카오는 향후 인공지능(AI)과 카카오톡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 의지를 드러내며, 비주력 사업 정리 기조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된 카카오VX 역시 향후 매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이를 두고 "카카오의 리밸런싱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연"이라며 "기업가치 회복을 위한 구조적 전환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만큼, 향후 핵심사업 중심의 경영 전략이 얼마나 빠르게 수익성으로 전환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