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전경. ⓒ사진=더트래커/박지훈 기자

더크래커 = 박지훈 기자

현대엔지니어링 장외주가가 또다시 신저가를 경신했다. 2024년 8월 8일 기준 3만9000원이던 주가는 12일 비상장 거래 플랫폼 종가 기준 2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9개월 만에 30% 이상 하락한 셈이다. 2021년 고점 대비로는 80% 넘게 폭락했다.

장외시장에서 한때 ‘긁지 않은 복권’, ‘정의선 테마주’, ‘대어 기업공개(IPO)’로 불리던 이 종목에 대한 기대감은 이제 자취를 감췄다. 거래는 드물고, 매수자도 없다. 비상장주식 거래 사이트에는 ‘손절하기에는 늦었다’는 체념 섞인 글만 남았다. 상장 기대가 꺼지자 투자자들은 체념하는 모양새다.

지난 2022년 2월 28일 상장 철회 이후 꾸준히 재상장 가능성은 점쳐졌지만, 회사 측은 일절 언급이 없다. IPO 일정은 물론, 내부적 움직임조차 들리지 않는다. 상장 예측은 사라졌고, 관심도 함께 사라졌다.

가장 뼈아픈 건 과거와의 비교다. 2014년 4월 1일 현대엠코 합병 당시 주가는 43만2500원(액면분할 전)이었다. 2021년 4월 21일 14만2000원(액면분할 전 142만원)에 달하던 주가는 5분의 1도 채 안 되는 가격에 머무르고 있다. 장외주식임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 하락폭은 단순한 투자심리 악화로 설명되기 어렵다. 기업가치에 대한 전반적 회의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 정의선 회장의 승계 퍼즐 속 핵심으로 여겨졌던 이 회사는 이제 투자자들 사이에서 ‘버려진 카드’로 전락하는 조짐이다. 재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를 통한 우회적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승계 구도에서 사실상 제외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12개월 간 현대엔지니어링 장외주가 추이. 자료=38커뮤니케이션

회사 측은 IPO에 대해 침묵하고 있고, 시장도 더 이상 묻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고점 매수의 후폭풍을 홀로 견디고 있다. 최근 몇 달간 장외시장에서는 극소량의 거래만 발생하고 있다. 가격을 내려도 거래는 쉬이 성사되지 않는다. 누구도 사지 않으니 팔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른바 '유동성의 벽'이다.

장외주식은 본래 비유동 자산으로 분류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가격이 낮다고 해서 매력이 생기지 않는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상장 정보 부재에 대한 불신이 겹쳐져 있다.

기업가치도 추락 중이다. IPO 추진 당시 10조원으로 평가받던 몸값은 2조원대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주가는 12일 장마감 기준 2만7000원, 시가총액은 2조507억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매수호가(2만6000원)는 그마저도 인정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시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이 그 해법의 주인공이 아닐 가능성에 점점 무게를 두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IPO 침묵이 장기화 된 탓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2월 발생한 고속국도 제29호선 세종~안성간 건설공사(제9공구)' 교량 붕괴 사고로 인해 설계·시공 부문에서 더 이상 전문회사가 아니라는 불신도 한몫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온라인상에서는 소액주주(개인 투자자)들의 집단 움직임도 감지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주가는 향후 기업의 실적 개선이나 상장 계획 관련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다면, 현재의 주가 흐름이 단기간에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