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래커 = 박지훈 기자
CJ제일제당이 브라질 농축대두단백(SPC) 생산 자회사 CJ셀렉타(CJ Selecta)의 지분 매각을 철회하면서 시장의 시선이 회사의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 회복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두 해 연속 적자에 시달린 CJ셀렉타는 2022년 단일 최대 실적을 낸 이후 급격한 실적 후퇴를 겪으며 CJ제일제당의 부담으로 떠올랐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25일 공시를 통해 CJ셀렉타 지분 매각 계약 해제를 공식화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곡물기업 번지(Bunge)의 브라질 법인에 CJ라탐(100% 자회사)이 보유한 CJ셀렉타 지분 56%와 직접 보유한 지분 10% 등 총 66%를 매각하기로 한 계획은 무산됐다. 나아가 CJ제일제당은 2023년 말 투자약정에 따라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코파펀드로부터 나머지 지분 34%까지 매입, CJ셀렉타의 지분 100%를 확보한 상태다.
이처럼 전량 매각 계획까지 세웠던 자회사를 다시 안고 가기로 한 배경에는 재무 구조 악화를 일정 부분 감수하더라도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CJ셀렉타는 지난 2022년 1조1320억원의 매출과 126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CJ제일제당 인수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3년 매출 7729억원, 당기순손실 237억원으로 급락했고, 지난해도 7140억원의 매출에 122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이었다.
이 과정에서 재무 부담도 함께 커졌다. 지난해 CJ셀렉타의 부채비율은 150%로, 2022년(112.4%)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했다. CJ제일제당의 지급보증 규모도 CJ셀렉타의 리스크를 그대로 반영한다. 2023년 말 기준 CJ제일제당은 CJ셀렉타 차입금 2514억원에 대해 지급보증을 제공했고, 보증한도는 4126억원에 달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들어 각각 1103억원(실행금액 4조2655억원 중 2.6%), 2573억원(한도금액 5조7898억원 중 4.4%)으로 줄었지만, 지난해(별도 기준) CJ제일제당의 지급보증 한도금액(5조7898억원)은 자본총계(5조2711억원)를 상회했다.
이 같은 구조적 부담에도 CJ제일제당이 매각 철회를 선택한 데에는 시장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 다만 CJ셀렉타의 운명을 둘러싼 CJ제일제당의 전략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회사 측은 “매각 재추진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했고, 매각 무산 배경인 거래 선행조건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에서는 CJ셀렉타의 구조조정 또는 독자 생존 체제를 꾸리기 위한 사전 포석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017년 CJ제일제당이 CJ셀렉타 인수 당시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조성한 코파펀드를 통한 공동투자 구조는 2023년 12월 코파펀드가 보유한 CJ셀렉타 잔여 지분(34%) 전량 인수로 사실상 청산됐고, 현시점에서 CJ제일제당은 CJ셀렉타의 책임을 단독으로 떠안는 구조가 완성됐다.
CJ제일제당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별도기준 3조4985억원을 계열사에 현금 출자했는데, 이 중 CJ셀렉타의 모회사 CJ라탐에만 2340억원이 투입됐다. 이는 미국 슈완스 인수를 위한 CJ푸드아메리카홀딩스(1조8277억원), CJ대한통운 지분율 확대를 위한 영우냉동식품(74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이처럼 그룹의 중점 투자 대상이었던 CJ셀렉타가 2년 연속 실적 부진과 매각 실패라는 이중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CJ제일제당의 선택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