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임백향 기자

국내 디지털 보험업계에 또 한 번 적신호가 켜졌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캐롯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 이른바 ‘디지털보험 5사’가 지난해에도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2024년 합산 순손실은 1853억원. 전년 순손실 2328억원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단 한 곳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수익성 한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뼈아픈 부진을 겪고 있는 곳은 캐롯손해보험이다. 2020년 (마이너스)-381억원 에서 시작해 2021년 -650억원, 2022년 -795억원, 2023년 -760억원에 이어 2024년에도 -662억원을 기록했다. 6년 연속 대규모 손실이다. 최근 모회사 한화손해보험으로의 흡수합병이 결정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20년 -132억원에서 시작해 2021년 -159억원, 2022년 -141억원으로 다소 적자 폭이 줄어드는 듯했으나, 2023년 -240억원, 2024년 -256억원으로 다시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생보업계 유일 디지털 보험사라는 상징성도 더는 실적 부진을 가릴 수 없게 됐다.

하나손해보험은 2021년 단 한 해 17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업계 유일 연간 기준 흑자사례로 이름을 올렸지만, 실상은 사옥 매각 이익 358억원이 반영된 비경상적 이익이었다. 이후 2022년 -689억원, 2023년 -87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2024년엔 -280억원으로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이는 장기보험 중심의 대면 영업 강화 효과로 풀이된다.

2022년부터 실적이 집계된 신한EZ손해보험은 2022년 –150억원, 2023년 –77억원, 2024년 –174억원순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카카오페이손보는 2022년 -261억원에서 2023년 -372억원, 2024년 -481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 폭이 가팔라지는 중이다.

디지털보험 5사 로고. 자료=각 사

이들 디지털 5사의 누적 손실은 2020년 -581억원에서 시작해, 2021년 -639억원, 2022년 -2036억원, 2023년 -2328억원, 그리고 2024년 -185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부터는 2000억원대 대규모 손실이 고착화되었고, 현재까지 단 한 곳도 안정적인 흑자 구조를 확립하지 못했다.

실적 악화는 고스란히 결손금 누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기준 5사의 누적 결손금은 8317억원으로 전년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신한EZ손해보험을 제외한 4개사는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 상태다.

유상증자는 업계의 기본 생존 전략이 됐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하나금융지주로부터 2000억원을 수혈(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포함), 받았고, 신한EZ손해보험도 올해 3월 1000억원을 신한금융지주에서 유치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반복적인 유상증자를 통해 교보생명에서 총 3690억원을 지원받았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2023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000억원 규모 증자를 검토 중이며, 캐롯손해보험은 총 4055억원의 자본 확충을 받았고 이 중 절반 이상은 한화손해보험이 책임졌다. 최근 한화손해보험은 자회사인 캐롯손해보험을 흡수합병하기로 이사회 의결을 통해 결정했다. 합병 기일은 9월 10일이다.

디지털 보험사의 수익성 부진은 ‘비대면 영업’이라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장기·보장성 상품보다는 단기·소액 보험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보험계약마진(CSM)을 충분히 쌓기 어렵다. 게다가 플랫폼 경쟁력에서조차 대형 종합보험사들이 자체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면서, 디지털 보험사의 차별성이 사라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 구조에서는 디지털 보험사가 수익성을 포기하고 시장점유율을 내주는 수밖에 없다”며 “독립 생존이 가능한 수익구조를 위해선 제도적 토대부터 다시 짜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