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임백향 기자
건강기능식품 업체 콜마비앤에이치가 내부 갈등과 경영 리스크로 흔들리고 있다. 특히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이 맞물리는 가운데 대표이사 보수가 오히려 늘어나며, 최대주주인 콜마홀딩스가 전면에 나섰다. 윤여원 단독 대표 체제 이후의 실적과 주가 흐름, 그리고 그에 대한 지주사의 대응은 단순한 경영권 분쟁을 넘어 지배구조 개선 논의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은 2020년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2020년은 콜마그룹 오너2세인 윤여원 대표가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에 오른 해다. 초기에는 공동대표 체제였으나, 2023년부터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020년 1092억원에서 2024년 246억원으로 77.5% 곤두박질쳤고, 영업이익률도 18%에서 4%까지 하락했다. 그 사이 매출은 소폭 상승했지만 수익성은 급격히 나빠졌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801억원에서 172억원으로 78.5% 감소했다.
외형과 이익 모두 뒷걸음질 친 이 시기, 윤 대표는 오히려 연봉을 대폭 올렸다. 2021년까지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임원이 없었으나, 2022년 윤 대표가 7.1억원, 2023년 12.9억원, 2024년에는 17.8억원을 수령했다. 실적과 연동되지 않는 보수 체계가 주주 반발을 불러온 배경이다.
이사회 보수 한도도 같은 흐름을 탔다. 2024년 정기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는 기존 30억원에서 45억원으로 증액되었고, 2025년에는 60억원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윤 대표 체제에서 이익은 줄고 보수는 늘었다는 사실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윤 대표가 주도한 신사업의 성과도 의문이다. 2020년 출범한 자체 브랜드 '셀티브코리아'(현 콜마생활건강)는 누적 100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중국 법인 강소콜마는 외형 성장은 했지만 고정비 부담을 키웠고 가동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존의 핵심 사업 이외엔 뚜렷한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여기에 윤 대표 개인 회사와 관련한 공정거래법 위반까지 겹쳤다. 지난해 공정위는 윤 대표가 소유한 회사에 계열사 직원을 부당 파견하고 인건비를 부담시킨 사안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그래픽=더트래커/배건율 기자
이러한 리스크가 누적되면서 지주사 콜마홀딩스가 직접 칼을 빼 들었다. 지난 2일 콜마홀딩스는 대전지방법원에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하며,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겠다는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기존 이사회가 이를 거부하자 법원이 임시주총 의장을 직접 지정해줄 것을 요구하며 법적 절차까지 밟았다. 윤 대표가 사실상 통제권을 행사하는 현 이사회를 우회해 지배구조 개편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이다.
윤 대표는 2018년 콜마비앤에이치 지분(128만9064주, 4.36%)을 처음 확보한 이후 부친인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으로부터의 증여와 장내매수를 통해 영향력을 꾸준히 키워왔다. 2024년 4월에도 3차례 장내매수를 통해 1만8000주 이상을 매입하며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주가는 이러한 경영 불신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2021년 고점(7만2900원) 대비 80% 넘게 하락하며, 2025년 5월 9일 장마감 기준 1만4720원까지 떨어졌다.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가치 제고 계획 발표 등 다양한 주주친화 정책이 동원됐지만 반등은 미미했다. 2024년 말 연결기준 ROE(자기자본이익률)와 ROIC(투하자본이익률)는 각각 4.4%, 4.6%에 불과하다. 회사는 이를 2027년까지 두 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지만, 시장은 실적 개선 없이 수치만 나열된 전략에 냉담한 반응이다.
문제의 핵심은 '경영 성과 없는 보상 확대'다. 콜마비앤에이치의 기업가치는 2021년 이후 꾸준히 하락 중이다. 2023년엔 매출 정체와 성장성 둔화가 겹쳐 주가 2만원 선이 무너졌고, 2024년에도 실적 개선 없이 보수 인상과 이사 보수 한도 증액이 반복됐다. 시장 일각에서는 "윤 대표 체제는 실질적 성과보다 지분 확대에 집중했고, 조직개편이나 포트폴리오 재편 등 혁신적 시도는 부재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결국 이번 콜마홀딩스의 임시주총 요청은 단순한 이사진 개편을 넘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체질 변화의 신호탄이다. 윤여원 체제의 종착점이 어디일지, 그리고 이 변화가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과 주가에 어떤 전환점을 마련할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