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임백향 기자
코스닥 상장사 더이앤엠이 전환사채(CB) 대량 조기상환에 나서고 있다. 올 들어서만 8건, 총 74억7750만원 규모의 자기전환사채를 만기 전에 사들였다. 보유 현금은 10억원 남짓에 불과한 상태에서 나온 결정이어서 자금 출처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더이앤엠은 지난 1월부터 이달 초까지 11회차(10억원, 3억원), 13회차(1억3000만원), 14회차(12억원), 16회차(5억원, 2억원), 17회차(20억원), 18회차(21억4750만원) 등 총 8건의 전환사채를 조기 상환했다. 지난해 말 기준 미상환 CB 규모가 약 181억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남은 미상환액은 약 95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문제는 더이앤엠의 현금 사정이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보유 현금은 지난해 말 기준 10억원에 불과하다. 연결 기준 매출 감소와 3년 연속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등 자금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이다. 회사 측은 조기상환한 CB 중 일부를 향후 이사회 결의를 거쳐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소각’ 여부는 밝히지 않고 있어 ‘재매각 후 자금 회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더이앤엠은 과거에도 같은 전환사채를 취득·매각한 전례가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2020년 12월 발행된 11회차 CB는 지난해 12월이 만기였지만 세 차례에 걸쳐 만기를 연장했고, 일부 물량은 취득 후 다시 시장에 매각됐다. 13회차 CB도 올해 1월 조기상환한 물량(1억3000만원)이 채권자의 만기 전 풋옵션 행사로 인한 것임을 고려하면, 향후 타 회차 물량도 투자자 불안으로 상환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의 조기상환 요구는 전환 가치 하락에 따른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더이앤엠이 발행한 13회차, 15회차 CB는 보장 수익률이 0%에 불과하고, 14·16회차도 1% 안팎의 저금리 구조를 갖는다. 여기에 대부분 CB의 전환가액이 액면가(1000원)까지 하락했음에도, 현재 주가는 800원대에서 정체돼 있어 차익 실현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7일 주가는 859원으로 장마감 했다.
더이앤엠의 실적과 현금흐름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며 유동성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 매출은 2020년 이후 빠른 속도로 감소 중이다. 2020년 연결 기준 586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2021년 539억원, 2022년 466억원으로 매년 감소했고, 2023년에는 317억원까지 줄었다. 2024년은 222억원에 머물렀다. 별도 기준으로도 같은 추세다. 2020년 343억원이던 매출은 2023년 182억원으로 반토막이 났고, 지난해는 127억원에 그쳤다.
주목할 점은 매출 하락세가 일시적이거나 외부 변수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적이 본격 하락세로 접어든 2022년 이후, 매년 30% 내외의 매출 감소율이 반복되고 있으며, 연결 기준과 별도 기준 모두 하락폭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사업 전반의 성장 모멘텀이 상실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인터넷 방송과 엔터테인먼트를 양축으로 하는 사업 구조 전반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영업현금흐름은 2022~2023년 연속 순유출을 보였다. 그 와중에도 지난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베셀의 지분 13.42%를 인수하며 16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베셀은 이후 2대주주의 전환사채 전환으로 더이앤엠에 최대주주 지위를 내줬고, 장부가액도 20억원 수준으로 급락한 상태다.
오는 6월은 더이앤엠의 CB 운용에서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11회차를 포함해 14~16회차 등 4건의 CB 만기가 일시에 도래한다. 일각에서는 주가를 끌어올려 전환 유도를 하거나, 다시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시간벌기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매출이 줄어드는 와중에 전환사채를 조기상환했다는 것은 기존 현금흐름으로 충당하지 못하고, 다른 자산을 유동화하거나 외부 자금을 급히 조달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며 “전환사채 만기 일정이 몰려 있는 올해 6월이 더이앤엠의 유동성 위기를 가늠 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