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임백향 기자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재무 부담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핵심 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온 롯데케미칼은 2년 새 순차입금이 5조 원 가까이 늘며 재무 구조가 급격히 약화됐고, 수년간 순현금 기조를 유지해온 롯데정밀화학마저 보유 현금이 빠르게 줄고 있다. 지주사인 롯데지주 또한 차입 규모가 7조 원을 넘기며 이자보상능력이 저하되는 경고등이 켜졌다. 그룹 전체적으로 부채 구조의 재점검과 적극적 리파이낸싱 전략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11개 계열사의 2022~2024년 연결 기준 ‘순차입금’ 및 ‘순차입금/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배율)’ 지표를 분석한 결과, 롯데지주, 롯데쇼핑, 롯데웰푸드, 롯데리츠, 롯데이노베이트,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 7곳의 순차입금이 2023년 말 대비 2024년 말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롯데케미칼의 변화 폭이 두드러진다. 2022년 말 2조6045억 원이던 순차입금은 2024년 말 7조1941억 원까지 증가했다. 순차입금이 2년간 4조5896억 원이나 급증한 셈이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순차입금/EBITDA는 14.1배에서 18.1배로 상승해, 재무 레버리지가 수익 창출력에 비해 과도하게 커졌다는 평가다. 이는 화학업황 부진과 투자 지속에 따른 결과로, 중장기 신용도 하방 압력을 유발할 수 있는 지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도 예외는 아니다. 순차입금은 2024년 기준 7조389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4.7% 증가했다. 순차입금/EBITDA는 5.7배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지난해부터 이자보상배율이 1배를 밑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수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그룹 전체의 자금 재조달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뜻이다.
롯데그룹 CI. 사진=롯데그룹
상대적으로 현금 창출 기반이 안정적이었던 롯데정밀화학도 빠르게 변곡점을 향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줄곧 순현금 기조를 유지해왔으나, 지난해 말 기준 보유 현금은 1136억 원으로 전년보다 약 3000억 원 감소했다. 2022년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로, 외부 충격이 가해질 경우 순차입 상태로의 전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롯데렌탈과 롯데하이마트는 예외적인 행보를 보였다. 롯데렌탈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순차입금을 2022년 4조647억원, 2023년 3조7316억원 지난해 3조6797억 원 순으로 줄였고, 순차입금/EBITDA도 2.7배로 유지하며 재무 안정성을 지켰다. 렌탈 사업 특성상 불황기에도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그룹 내에서도 안정된 부문으로 꼽힌다.
롯데하이마트는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구조적 부진 속에서도 체질 개선을 통해 순차입금을 줄였다. 2022년 7582억 원에서 2024년 5746억 원으로 1800억 원가량 감소시켰다. 매출 역성장이 4년째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비용 관리와 점포 축소 전략이 부채 조정에 실질적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전체적으로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평균 순차입금/EBITDA는 다수 기업에서 상승세를 보이며, 현금창출력보다 빠른 속도의 차입금 확대가 진행 중이다. 2024년을 기점으로 수익 대비 부채 부담이 본격적으로 시장의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화학 부문과 유통 부문에서 차입금 증가와 이자보상능력 저하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단순한 부채 증가가 아닌, 핵심 사업의 펀더멘털 흔들림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고점 구간에서 조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롯데그룹은 전사적 차원의 차입 구조 재설계와 함께, 핵심 사업군의 이익 회복을 위한 구조조정, 자산 매각 등의 다층적 대응 전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