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백향 기자

명품 플랫폼 젠테가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악화와 자본잠식에 직면했다. 2020년 창업 이후 4년 만에 매출은 30배 가까이 늘었지만, 적자 폭은 줄지 않았고, 투자 유치 계획은 중단됐다. 시장에선 ‘제2의 발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젠테는 지난해 53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488억원) 대비 49억원(10.04%) 증가한 수치로, 2020년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78억8848만원으로 전년(61억5525만원) 대비 28.16% 확대됐다. 영업손실은 53억8875만원에서 52억5120만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수십억원대 손실이 이어졌다.

더 큰 문제는 자본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젠테의 자본총계는 1억9462만원으로, 자본금(1억9736만원)보다 작아졌다.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현금성 자산도 2억원 넘게 줄어든 7억3126만원에 그쳤다. 외부 자금 없이 버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투자 유치도 여의치 않다. 젠테는 2022년 시리즈A에서 인터베스트,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00억원을 조달했지만, 후속 투자 유치는 중단됐다. 당초 올해 시리즈B 라운드를 계획했으나, 이를 접고 자력 경영 기조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발란의 기업회생 신청 이후 명품 플랫폼 전반에 투자 한기가 번지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명품 플랫폼에 신규 자금이 들어갈 가능성은 낮다”며 “실적 개선 없이 유치 시도만 반복하면 오히려 시장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젠테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젠테

이런 가운데, 회사는 실적 신뢰성 논란도 불거졌다. 젠테는 2023년 8월 발표자료를 통해 상반기 기준 매출 250억원, 영업이익 13억원, 순이익 7억20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4년 들어 수정 발표한 수치는 상반기 매출 224억원, 영업손실 27억원이다. 두 자료 사이 영업실적이 40억원 가까이 엇갈린다.

젠테 측은 “2023년 당시 외감 대상 기업이 아니었고 실적 추정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비상장사 감사보고서 집계 방식의 허점을 이용해 광고 효과나 투자 유치 목적으로 수치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명품 플랫폼 ‘3세대 모델’을 표방한 젠테는 유럽 부티크 330여 곳과 직접 계약을 체결해 7000여개 브랜드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직소싱’ 구조로 중간 유통 마진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 정·가품 논란을 줄이겠다는 전략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재고 부담과 물류 고정비 증가로 이어져 영업적자의 주요 원인이 됐다.

젠테는 발란과의 차별성도 강점으로 부각돼왔다. 발란은 다수 판매자(셀러)를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정산 지연 및 유동성 위기가 판매자에게 전이된 반면, 젠테는 자사 매입 구조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분산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젠테는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며 미국, 일본, 호주 등 20여 개국에서 월 매출 1억원, MAU 50만명을 달성했다. 외형적으로는 성장성을 인정받은 모양새다.

하지만 수익성 지표는 정반대다. 2020년 1억원 흑자를 기록한 이후, 2021년 9억원 손실, 2022년 14억원 손실, 2023년 53억원 손실로 적자 폭은 커졌다. 미처리결손금도 91억원으로 급증했다. 연속 적자에 따라 회사의 재무건전성은 빠르게 악화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대형 유통사와의 협상도 무산됐다는 전언이다.

시장은 젠테가 이번 위기를 넘기지 못하면 ‘발란 리스크’가 플랫폼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머스트잇, 트렌비 등 주요 업체들도 정산주기를 단축하며 유동성 관리에 들어갔다. 명품 플랫폼 시장 전반이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든 셈이다.

젠테는 “재무적인 어려움은 있으나 매출 증가와 글로벌 진출, 브랜드 신뢰를 기반으로 점진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승탄 대표는 “다양하고 합리적인 상품과 고객지향 서비스를 바탕으로 본질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고성장 스타트업의 전형적인 ‘외형 성장 → 투자 유치 → 재무 악화’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젠테 역시 실패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