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인천 남동구 만수동 ‘황해도 이북굿 개화사’에서 이근출 박수(일신동 할아버지)가 말하고 있다. ⓒ사진=더트래커/이강 기자

더트래커 = 박지훈 기자

서울과 경기 소재 대기업 오너와 임원들이 중요한 사업적 결정을 내리기 전에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 위치한 ‘황해도 이북굿 개화사’다. 이곳은 이근출 박수가 세운 곳으로, 그는 ‘일신동 할아버지’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혹여 인터뷰를 안 하겠다고 하면 도리 없다고 생각하고 돌아설 참으로 더트래커는 인천 남동구 만수동을 찾았다. 오전 시간 끊임없이 질문하는 손님들을 만나 점을 쳤으니 힘들게 뻔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취재를 고사하면 물러나야지 싶었다. 다행히 인터뷰에 응했고 사진작가와 함께 신당으로 들어갔다.

1일 인천 남동구 만수동 ‘황해도 이북굿 개화사’의 굿 소품인 '개(일산)' 모습. ⓒ사진=더트래커/이강 기자

◇신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다
이근출 박수는 무속인으로서의 삶과 철학을 풀어놓았다. 그는 무속인으로서의 삶을 40여 년간 살아왔다. "무당이 될 생각은 없었지만, 운명처럼 내림굿을 받고 박수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병굿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강신무의 전통을 고수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굿을 만들어내며 '무속 예술'의 경지를 열었다.

그의 굿판은 단순한 종교적 의식이 아니다. 굿에 사용되는 옷은 200벌을 넘기기도 하며, 신을 모실 때마다 각기 다른 옷을 갈아입는다. 신당 안의 관(모자), 개(일산), 그림 등 소품들은 모두 직접 만든 것이다. 신을 모시는 데에는 정성과 예술적 요소가 결합된다. 이근출 박수는 "옛날에 어른들은 삿갓의 크기를 보면 양반인지 아닌지 알잖아요. 이 갓(관)이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면류관을 쓰지 않은 임금은 임금이 아니죠"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굿을 ‘신명 나는 오페라’로 비유하며 한국 전통예술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그의 굿판은 한국의 미와 전통예술을 세계에 알리는 '한류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인들의 비밀스러운 방문
개화사는 대기업 오너와 임원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무속 상담의 특성상, 주요 기업인들의 방문 사실은 철저히 비공개에 붙여진다. 이근출 박수는 기업인들이 자신을 찾는 이유에 대해 “불확실성이 큰 투자·확장·부지 선정 같은 의사결정 국면에서, 숫자와 보고서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불안이 있다”며, 기업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찾는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1일 인천 남동구 만수동 ‘황해도 이북굿 개화사’에서 이근출 박수(일신동 할아버지)가 말하고 있다. ⓒ사진=더트래커/이강 기자

◇'자문역'으로서의 무속인
이근출 박수는 기업인들에게 자문 역할을 하는 것 외에도 일반인들에게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불확실한 시대에 심리적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로이터는 최근 경제적 불안 속에서 무속이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으며, 젊은 무속인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유튜브를 통해 그들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무속과 점술의 저변은 확장되고 있으며, 오랫동안 미신으로 치부되어 왔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 특히 기업인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돌다리를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무속인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