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해수부 홈페이지)>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사진)이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11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재명 정부 첫 장관직 사퇴다.
유엔 해양총회 유치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 귀국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해수부가 흔들림 없이 해양수도로 만드는 데 매진할 수 있도록, 일할 수 있도록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전 장관은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면서도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 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로부터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선 “전혀 사실무근”, “불법적인 금품 수수는 단언코 없었다”고 말했다. 장관직 사퇴가 혐의 일부 인정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점에 대해서는 “저도 그런 걱정을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지금 여러 일을 밝혀나가야 하는데 엄청난 일을 하고 있는 해수부에 누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차원에서 더 책임있게, 당당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몇몇 가지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허위사실 명예훼손과 관련해 검토 중"이라며 "여러 가지 정보를 취합해서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특검팀에 2018∼2020년께 전재수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전 장관 등 민주당 관계자들의 통일교 연루 의혹을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넘긴 상태다. 국수본은 전 장관의 금품 수수 여부와 대가성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11일 통일교 관련 입장문에서 “윤영호 씨를 야인 시절 단 한 번 만난 적이 있다”며 “그 뒤 연락을 주고받거나 만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만남은 2021년 9월 30일 오후 3시경 경기도 가평 천정궁 통일교 본부에서 차담 형식으로 10분가량 진행됐다고 밝혔다.
만난 경위에 대해선 "고교(전주고) 동창 김희수 평화통일지도자 전북협의회(통일교 유관단체) 회장 등 친구 7∼8명과 함께 승합차로 강원도 여행을 다녀오던 중 동행자의 제안으로 가평 본부를 잠시 방문한 것"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당시 국회의원이나 공직에 있지 않았다”며 “30년 정치 인생에서 단 한 차례도 금품 관련한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적이 없는 바 이를 오래도록 긍지로 여겨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낭설로 명예를 훼손한 일부 언론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토마토는 전날 윤 전 본부장이 특검에서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정치인에 정 장관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정 장관은 “당시 윤영호 씨를 처음 만났으며 그 뒤 연락을 주고받거나 만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통일교 한학자 총재는 만난 적이 없고 일체 면식이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전 의원도 11일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력 부인했다.
김규환 미래통합당 전 의원도 일부 언론에 “통일교 문선명 전 총재와의 개인적 인연 등으로 통일교 행사에 참석한 적은 있지만 일체의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청평 통일교 행사에 축사하러 갔을 때도, 도시락도 주지 않아 사비로 식사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사장에서 윤 전 본부장은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연합뉴스와 조선일보 등 국내 주요 언론사들이 입수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중간수사결과와 통화녹취록 등에 따르면 전재수 장관이 과거 통일교 측으로부터 수천만원 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특검팀은 내사 사건으로 분류하면서 뇌물 혐의를 적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팀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에게 통일교 측 자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자필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세 사람에게 각각 수천만원과 명품 시계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중 전 장관에게는 특검이 수사보고서를 만들면서 뇌물혐의를 적용했다는 것이다.한일 해저터널 등 교단 숙원사업을 청탁하면서 금품이 전달됐을 가능성을 의심해서다.
임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시했다. 특검 관계자는 “전 장관의 경우 금품 수수 시점이 불분명하고 청탁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공소시효가 긴(최대 15년) 뇌물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검은 또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을 면담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 세 사람을 포함, 여야 유력 정치인 5명이 통일교 측의 지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은 또 민주당 중진 A 의원과 국민의힘 중진 B 의원 관련 진술도 했지만 구체적인 금품 수수 여부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런 진술을 확보하고도 내사 사건으로 분류한 채 넉 달 넘게 수사를 진행하지 않다가 ‘편파 수사’ 논란이 일자, 지난 9일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 경찰은 지난 10일 ‘특별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유력 정치인들의 금품 수수 외에도 통일교는 쪼개기 후원금과 집단 당원 가입 등으로 여야 정치권 인사들에게 접근해 왔다. 특검은 지난 10월 윤 전 본부장과 한학자 총재 등을, 국민의힘 시도당 및 당협위원장 20명에게 1억4400만원을 쪼개기로 후원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했다.
그러나 특검은 2022년 일부 민주당 소속 호남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도 후원했다는 통일교 측 진술과 후원금 일부가 민주당 측에 전달된 사실을 파악하고도 기소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