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와 국민의힘 간 ‘정교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통일교 측이 더불어민주당에도 다방면으로 접근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른바 ‘통일교 게이트’가 계속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일교 측은 민주당 인사에게 현금 등 금품을 제공하거나 출판 기념회 책 구입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일부 인사는 민주당 내 단체에서 활동하며 밀접하게 교류했다는 통일교 내부 증언도 나오고 있다.
특검은 해당 사건을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지난 9일 이첩했다. 특검 수사 종료가 2주 넘게 남았는데도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며 사건을 넘긴 것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10일 민중기 특별검사의 ‘통일교 금품 수수 편파 수사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예방해 큰절을 올린 적 있는지, 통일교 측에 한 총재 예방을 직접 요청한 적 있는지 국민들께 답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혹시 감추고 싶은 진실이 있는 것은 아닌가”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민주당 전직 의원 A씨가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통일교 측에 연락해 “(이 대통령이) 직접 연락이 왔다” “직접 총재를 뵙겠다(고 한다)” 등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긴 통일교 간부간의 통화 녹취록을 보도한 언론 기사를 근거로 이같이 언급했다.
송 원내대표는 “다시 말해 이 대통령이 한 총재를 예방하기 위해 통일교에 직접 접촉했다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통일교 해산’(검토 지시)을 거론했다.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국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송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인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2018년 통일교 간부로부터 명품 시계 2점과 현금 4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특검이 (전재수 장관 의혹에 대한) 통일교 간부 진술을 지난 8월 확인하고도 4개월 동안 뭉개다가 전날에서야 (전 장관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의 공소시효(7년)가 한달밖에 안 남았다”며 “누가 봐도 전 장관을 구하기 위한 특검의 편파적 수사”라고 주장했다.
송 원내대표는 “전 장관과 A 전 의원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 즉각 수사에 착수하기 바란다”며 “민중기 특검은 지금이라도 자진 해체하고 수사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했다.
경찰은 10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으로부터 넘겨받은 '통일교의 민주당 지원'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전담수사팀을 편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오후 1시 30분께 민중기 특검 측으로부터 통일교 관련 사건 기록을 인편으로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접수한 즉시 기록을 검토해 일부에서 문제 제기하고 있는 공소시효 문제 등을 고려한 신속한 수사 착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2018∼2020년 민주당 의원 2명에게 수천만 원씩 지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로 거론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를 향해 제기된 금품수수 의혹은 전부 허위"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공소시효가 7년이다. 2018년에 금품을 받은 사건은 올해 말로 시효가 만료돼 관련자 처벌이 어려워질 수 있다.
특검팀이 여권 인사들에 대해서는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편파 수사' 논란까지 일자 이를 의식한 경찰이 '속도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할 경우 공소시효가 최대 15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업무상 횡령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2022년 2월 교단 행사를 앞두고 현 정부 장관 네 명에게 접근했고 이 중 두 명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도 만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VIP 선물'이라고 적힌 문건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했다. 2022년 1월 22일 생성된 이 문건에는 여야 정치인 7명의 이름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특검팀으로부터 넘겨받은 각종 진술 및 증거 등을 분석한 뒤 의혹 관련자에 대한 소환 조사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통일교와 여야 정치인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여야 불문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아침 참모들과의 티타임에서 전격적으로 '여야 불문 엄정수사'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야권은 이같은 이 대통령의 '통일교 해산' 발언 등에 대해 "민주당에 불리한 증언을 내놓는 윤 전 본부장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라는 취지의 비판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이재명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자 '더 말하면 씨를 말리겠다'고 공개적으로 겁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일교 홈페이지의 고 문선명 총재와 현 한학자 총재
한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0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금품을 제공했다고 특검에서 진술한 정치인으로 자신이 거론되는 데 대해 "내일 입장문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금품 수수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거듭된 질문에 정 장관은 "아마 싱거운 내용이 될 것", "저의 인격을 믿으시라"면서도, 금품 수수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다.
이종석 국정원장은 10일 과거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접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2022년 초 통일교 관계자가 지인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해 할 얘기가 있다며 면담을 요청해 와 지인 대동 하에 세종연구소 연구실에서 한 차례 만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그 이후 어떠한 접촉이나 교류도 없었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과 목걸이 등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10일 본인의 마지막 재판에서 민주당에 대한 교단의 로비 의혹 명단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었지만 막상 공판은 아무런 언급 없이 끝났다.
윤 전 본부장은 이전 재판에서 자신이 로비 의혹 명단을 언급할지 고민된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이날 최후진술에서 이 부분에 관한 발언은 없었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열린 재판에서 2022년 교단 행사인 '한반도 평화서밋'을 앞두고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과도 접촉을 시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2017∼2021년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며 "평화서밋 행사를 앞두고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어프로치(접근) 했고, 그중 두 명은 (한학자) 총재에게도 왔다 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목을 진술할 당시 "파장이 있을 것이라 고민된다"며 민주당 인사들의 실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윤 전 본부장은 해당 내용을 특검 조사에서 진술하고 국회의원 리스트도 말했지만, 특검팀이 공소사실에서 누락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