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현대차 홈페이지)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한미 관세협상 완전 타결이 계속 지연돼 관세협상이 먼저 타결된 일본과 EU는 미국 수출 자동차 관세율이 15%, 한국에는 25% 관세율이 계속 적용될 경우 미국 현지 판매량 중 한국으로부터의 수입물량이 많은 현대차그룹과 GM이 관세로 인한 수익성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지난 13일자 보고서에서 2024년 미국 내 판매실적을 기준으로 각 자동차사들의 관세로 인한 추가비용을 계산해 보면 현대차그룹 8.4조원, 토요타 6.2조원, GM 7조원, 폭스바겐 4.6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를 EBIT(영업이익+이자+세금)/매출액 비중으로 계산해보면 현대차그룹은 작년 9.7%였던 이 비율이 관세 25%로 인해 6.3%로, 3.4%포인트나 하락했다. 반면 미국내에서 현대차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토요타는 15% 관세 덕에 9.7%에서 8.1%로, 1.6%포인트 밖에 하락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GM의 이 비율은 8%에서 5%로 3%포인트 하락, 현대차 다음으로 컸다. 한국 GM공장 등 미국외 공장에서 들어오는 수입물량에 관세가 25% 이상 붙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의 이 비율은 6%에서 4.8%로, 1.2%포인트 밖에 하락하지 않아 하락률이 가장 작았다.

미국 관세율 변화에 따른 주요 자동차업체들의 영업실적 추정(나신평 정리)

다만 관세인하 협상의 타결로 현재 25%에서 15%로 인하될 경우, 관세로 인한 추가비용은 현대차그룹은 약 5.3조원, GM은 약 5.1조원으로 추산된다. 인하된 관세율 적용시 EBIT/매출액은 현대차그룹은 9.7%(2024년) → 7.5%, GM은 8.0% → 5.8%로, 25% 관세율 적용 대비 하락폭이 다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대차그룹의 조지아 신규공장(연간 생산가능물량 30만대, 2024년 생산물량 3.6천대)의 생산이 본격화되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 판매물량이 미국 현지 생산물량으로 연간 30만대가 대체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관세부담은 3.7조원으로 축소 가능하며, EBIT/매출액은 8.2%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의 수익성 시현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현재 조지아 신규공장이 전기차만을 생산하고 있는 점과 2026년 2분기 이후 하이브리드 생산이 가능한 점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조지아 신규공장의 생산물량이 한국 생산물량을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나신평은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의 고마진 트림 판매 비중과 선진국시장 판매비중(나신평)

한편 지난 4월 미국이 수입자동차 관세율을 25%로 인상하면서, 주요 자동차 회사들(현대차·기아, Toyota, VW, GM)은 관세로 인해 1.5~2조원씩의 추가 비용이 현재까지 발생했다. 지난 7월 한국과 미국 정부는 자동차 관세율을 15%로 인하하기로 협의했으나 실제 인하된 관세율의 발효시기는 지연되고 있다.

부품 공급망 및 생산라인 조정 등 관세로 인한 간접 비용까지 감안하면 향후 관세 부담은 2025년 상반기 대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나신평은 밝혔다. 관세 부담을 온전히 판매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미국시장의 높은 경쟁강도를 감안하면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이익규모 축소는 불가피 할 것으로 나신평은 예상했다.

나신평은 또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투자부담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 기준 미국 시장 판매량 중 미국 외 생산지 물량 규모는 현대차그룹 98만대, 토요타 111만대, GM 72만대, VW 59만대다. 관세부담 축소를 위해서는 미국 현지 설비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이로 인해 주요 자동차회사들의 투자부담이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차 미국 조지아 공장

실제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 현지 설비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2028년에 걸쳐 86억달러(12조원)를 투자해 2025년 완공된 조지아 신규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하고, 기존 앨라배마(현대차, 2005년 준공)와 조지아(기아, 2010년) 공장의 현대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토요타는 노스 캐롤라이나 배터리 공장 투자(총 투자규모 140억달러)를 2030년까지 완료해 연간

30GWh(60kWh 전기차 기준 연간 50만대 생산)의 배터리 생산량을 확보될 계획이다. VW은 2027년까지 20억달러를 투자해 연간 20만대 생산 가능한 전기차 공장(Scout Motors)을 미국 내에서 완공할 계획이다.

GM은 미국 내 신규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기존 공장들에 약 40억달러(2025~2027년)를 투자해 미국 내 연간 생산물량을 200만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투자 부담 확대는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중기적인 현금창출력에 부담요인이다

주요 자동차업체들의 올 상반기 관세 영향과 최근 영업수익성 비교(나신평)

나신평은 현대차그룹에게도 글로벌 자동차 판매실적 저하에 따른 경쟁심화는 수익성 저하 요인이고, 또 관세부담을 단기간 내 판매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미국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당분간 현대차그룹의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에 미국 내 설비 투자 계획을 고려할 경우 현대차그룹의 투자부담은 이전 대비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고마진 트림 판매비중 상승 추세와 미국 등 판매가격이 높은 지역들의 판매비중 확대 등 판매믹스가 개선된 점, 최근 고환율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은 인센티브 및 관세부담을 일정 수준 감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나신평은 밝혔다.

또 매우 풍부한 재무적 융통성(현대차·기아 합산 2025년 6월말 순차입금 -31조원)을 바탕으로, 향후 투자부담에 원활한 대응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나신평은 미국 시장에서의 주요 경쟁국가인 일본의 관세율 인하(관세율 25% → 15%)가 먼저 발효됨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영업실적이 예상 수준을 상회해 저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도 내놓았다.

현대차그룹은 우수한 수익성과 재무적 융통성을 바탕으로 관세 부담에 일정 부분 대응하는 것은 가능할 전망이나 일본 등 주요 경쟁사가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기반으로 가격 인하 전략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경우 미국 내 경쟁구도가 변동될 위험이 상존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