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더트래커 = 박현승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6일 별세한 고(故) 최창걸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을 계승해 미래 50년을 향한 재도약에 나선다.

최윤범 회장은 최기호 공동창업자의 손자이자 최창걸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2022년 12월 회장에 취임해 4년째 고려아연을 이끌고 있다.

7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최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철저하게 현장 중심 경영을 펼치고 있다.

온산제련소를 비롯해 페루 광산과 호주 SMC 제련소 등 10년 가까운 현장 근무를 거쳐 2019년 고려아연 대표이사에 올랐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을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특히 최근 큰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적대적M&A가 1년 넘게 이어진 가운데서도 고려아연은 불안정해진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데 앞장서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과 중국의 전략광물 수출통제로 전 세계 주요 국가와 기업이 전략광물 확보를 위한 각축전을 벌이는 와중에 고려아연이 탈중국 공급망의 허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열린 한미 정상회담 기간에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울산 온산제련소에 약 1400억원을 투입해 게르마늄 공장을 신설한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처음으로 미국에 안티모니 20톤을 수출했고 올해 100톤, 내년 240톤 이상으로 수출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인듐과 텔루륨 등을 차질없이 생산하며 글로벌 전략광물 허브로서 위상을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

최 회장은 취임 이후 기후변화와 탈탄소 시대를 맞아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사업 △이차전지 소재 사업 △자원순환 사업 등 이른바 ‘트로이카 드라이브’ 3대 신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이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2023년 고려아연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개최한 IR행사 ‘2023 Investor day’를 통해 2033년 매출 25.3조원을 목표로 10년간 연평균 10%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한 성장전략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 트로이카 드라이브 부문의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어 지난해에는 창사 50주년을 맞아 고려아연의 시가총액을 70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공표했다.

1년 넘게 지속되는 MBK와 영풍의 적대적M&A에도 고려아연은 이런 중장기 목표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적대적M&A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큰 방향과 비전을 지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분야에서는 호주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의 성공적인 부분 가동과 SunHQ 실증사업 등을 통해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지난해 신재생에너지에 5666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2023년(492억원) 투자액 대비 12배가량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대치다.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는 하이니켈 전구체와 동박 양산, 올인원 니켈제련소 건설 등을 통해 미래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니켈제련소는 고려아연의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원료를 단일 제련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세계 유일의 제련소로 오는 2027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원순환 분야에서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제련기술을 바탕으로 폐기물과 부산물에서 자원 회수를 극대화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미국 IT 자산 관리 기업 MDSi를 인수하며 자원순환 사업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앞서 2022년 미국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기업 이그니오홀딩스, 지난해 미국 고철 트레이딩 업체 캐터맨 등을 인수하는 등 미국 전자폐기물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기존 사업 역시 순항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7조6582억원, 영업이익 53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40.9%, 16.9% 증가한 수치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아연과 연, 구리 등 기존 기초금속 사업 부문에서 안티모니와 비스무트 등 전략광물과 금·은 등 귀금속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것이 호실적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기존 사업뿐 아니라 최윤범 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3대 신사업은 계획대로 순항하며 고려아연이 재도약하는 미래 50년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윤범 회장은 지난 8월 1일 고려아연 창립 51주년 기념사에서 지난해 적대적M&A 사태를 겪으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걸 포기하지 않은 경험을 공유하며 앞으로도 하나의 공동체로서 함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11개월의 태풍을 견뎌내는 동안에 우리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포기하지 않고 멈추지 않았다"며 “파도는 계속 치겠지만, 우리의 목표를 잊지 않고 서로를 나침반 삼아 단결한다면 고려아연은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