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90)이 보유 중인 동원산업 보통주 지분 19.29% 851만6222주 중 5.78% 254만9738주를 오는 31일부터 11월29일까지 증여하겠다고 1일 공시했다.
증여 대상은 그룹 소속 재단인 동원육영재단이다. 이 재단은 기존에도 3.93%의 동원산업 지분을 갖고있어 증여가 끝나면 지분율이 9.7%로 높아진다.
동원산업은 동원그룹 지주사다. 지난 2022년 기존 지주사였던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며 지주사로 전환했다. 올 들어서는 동원F&B를 자회사로 편입, 지배구조 개편을 완료했다.
이번 증여 지분의 처분 단가는 주당 45450원으로, 증여 물량이 모두 1159억원에 달한다. 처분단가는 거래계획보고서 제출일 전일인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이다. 증여 후 김 명예회장의 동원산업 지분율은 13.51%로 줄어든다.
김 명예회장은 자신이 키운 동원산업을 2000년대 초반 인적분할 또는 현물출자 방식 등을 통해 해 한국투자금융지주와 동원엔터프라이즈로 나누고,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장남 김남구 현 한국투자금융그룹회장(62),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차남 김남정 현 동원그룹회장(52)에게 물려주었다.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등 금융계열사들은 장남에게, 식품 계열사들은 차남에게 각각 몰아준 셈이었다.
이 과정에서 당시까지만 해도 증여세 감당 능력 등 재력이 취약했던 두 아들에게 자신의 지분을 대부분 증여하면서 증여세 상당 부분을 본인이 부담하기도 했다. 이런 역사가 있기 때문에 남은 동원산업 지분은 앞으로도 차남에게 몰아주지 않겠느냐는게 일반적 관측이었으나 김 명예회장은 이번에 재단 증여를 택했다.
이날 서울대에도 거액 기부를 동시에 발표해 김 명예회장이 남은 여생 동안 보유 지분 등을 교육계나 재단 등에 대거 기부하거나 증여하는 쪽으로 생각을 굳힌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8월8일 기준 동원산업의 주요 주주 지분율을 보면 김남정 회장이 53.74%로 최대주주이고, 다음은 김재철 명예회장(19.29%), 동원육영재단(3.93%) 등의 순이다.
김남정 회장의 지분율이 과반을 넘어 지배력이 이미 튼튼한 편이기 때문에 이번 증여 지분은 동원육영재단으로 돌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남 기업인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초대형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저축은행, 자산운용, 캐피탈사 등을 거느린 금융전문그룹으로, 지난 6월 말 연결기준 운용자산만 116조에 달한다. 작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1997억원, 당기순익 1조458억원을 각각 올렸다.
특히 주력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올들어서도 계속된 영업 호조로 올 상반기 영업이익만 1조1479억원을 올린 초우량 증권사다. 이 증권사의 별도기준 지난 6월 말 자본총계도 10.52조원으로, 만년 1위이던 미래에셋증권의 10.26조원을 추월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원그룹의 작년 말 자산총계는 8.89조원으로, 공정위 지정 자산순위 57위 그룹이다. 23개 계열사에 작년 그룹 합산 매출 8.72조원, 당기순익 3020억원을 각각 올렸다. 양 그룹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지만 수익성이나 성장성은 장남 그룹이 훨씬 앞서고, 대신 차남 그룹은 안정적 경영으로 정평이 나있다.
장남 그룹인 한국투자금융지주에는 김재철 명예회장 지분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 김남구 회장이 20.70%로 최대주주이고, 그 아들 김동윤씨 지분도 0.6%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