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재명 대통령 대신 다음달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항일 전쟁 및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대회)' 행사에 참석한다. 중국 정부의 공식초청에 따른 결정이다.

중국 측은 전승절 80주년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참석 의사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한미 관계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해 대통령 대신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우 의장의 참석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실은 22일 언론 공지를 통해 "우 의장이 다음 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 국회의장실은 중국 정부가 우 의장을 80주년 전승절 행사에 공식 초청한 데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중에는 국회 한중의원연맹을 주축으로 김태년·박정·박지원·홍기원 민주당 의원,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등이 동행한다.

앞서 우 의장은 지난 20일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를 접견한 후 전승절 행사에 중국 정부의 공식초청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이빙 주한 중국 대사는 22일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 참석 계획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이 대사는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우 의장의 방문 예정 소식을 전한 뒤 "올해는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이자 한국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라며 이렇게 썼다.

전승절 행사 국회의장 참석과 별도로 이재명 대통령은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특사단을 오는 24~27일 중국에 파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친서를 전달하기로 했다.

한일·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시점에 맞춰 특사단을 보내는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중관계 역시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부각하기 위한 특사단 파견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2일 오후 브리핑에서 "특사단은 중국의 주요 인사를 면담하고 한중 관계 발전 방안과 양국 우호정서 증진을 위한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중국 측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신정부 출범 계기 추진한 주요국 특사단 파견은 마무리된다"며 "이번 정부는 총 12개국에 특사단을 파견했으며 대일·대미 특사단은 방미·방일이 확정됨에 따라 공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중국 특사단에는 박 전 의장을 비롯해 김태년·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포함됐다. 노 이사장은 외교부 한중관계미래발전위원회 사회문화분과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사단은 중국 왕이 외교부장 등과 만날 예정이다.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만남은 일정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 대변인은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도 협의했으나 양쪽 일정이 맞지 않아서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친서와 관련해서는 "양 국민 민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한중 관계를 만들어가자는 대통령의 생각 등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의힘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직전 중국에 특사단을 보낸다고 한다"면서 "만나는 건 트럼프인데 시진핑 눈치를 본다. 위험한 줄타기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대한민국 좌파 새 정부가 안보·통상에 어떤 생각인지 다각도로 점검 중일 것"이라며 "필요에 따라 친미 가면을 바꿔 끼우는 아마추어적 임기응변으로는 냉혹한 협상에서 한국의 미래를 건져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조현 외교부 장관이 한일정상회담 배석 일정을 취소하고 전날 미국으로 간 데 대해서도 "부랴부랴 한 모습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