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서희건설이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직접 구입해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목걸이는 김여사가 지난 2022년 6월 해외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졌던 목걸이다. 특검은 김여사가 착용했던 목걸이 진품도 확보했다.
특검팀의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김 여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종료된 뒤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전했다.
그동안 김여사 측은 이 목걸이가 모조품이라고 주장했는데, 이같은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진술과 자수서가 나오면서 김 여사의 구속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확정된다.
오 특검보는 "어제 뇌물공여 혐의로 서희건설을 압수수색했다"며 "서희건설 측이 김 여사에게 교부했다 몇 년 뒤 돌려받아 보관 중이던 반 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을 임의 제출해 압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서희건설 측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당시 김건희 씨가 착용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교부한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자수서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서희건설이 김 여사에게 제공했다가 돌려받아 보관해온 목걸이를 임의제출 형태로 압수했고 이날 법원 심사에서 이를 모조품과 함께 제시했다고 밝혔다.
오 특검보는 김 여사 측에 대해 "목걸이 진품을 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것이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당시 홍콩에서 20년 전 산 가품이라고 주장했다"며 "압수수색 중 동일한 모델의 가품이 인척 집에서 나온 경위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고 김건희 씨 및 관련자들의 수사 방해, 증거인멸 경위를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목걸이는 공직자윤리법상 신고 기준(500만원)을 넘긴 시가 6200만원에 해당해 2022년 당시에는 재산 신고 내역에서 뺐다는 의혹이 일었고 최근에는 뇌물 의혹까지 번졌다.
김 여사는 정치권 등에서 고발이 제기된 2022년 9월 이후 해당 목걸이를 돌려줬는데, 특검은 논란이 불거진 이후 목걸이를 돌려준 상황 역시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지난달 25일 김 여사의 오빠 진우씨 장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해당 목걸이와 동일한 형태로 보이는 모조품을 압수한 뒤 목걸이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김 여사는 지난 6일 특검 소환조사 당시 해당 목걸이가 모친 최은순씨에게 선물한 모조품이고, 순방에 나갈 때 선물한 것을 다시 빌려서 찼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모조품이라 말했다고 특검은 전했다.
하지만 특검은 반 클리프 앤 아펠 측에서 해당 목걸이의 첫 출시가 김 여사가 모조품을 샀다고 진술한 시점 이후인 2015년이라는 답변을 받고 수사를 강화했다.
특검팀은 서희건설 직원이 2022년 대선 직후 같은 제품을 구매한 사실을 파악하고 서희건설을 압수수색했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맏사위인 검사 출신 박성근 변호사가 2022년 6월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것과 관련됐는지도 수사 중이다.
특검은 김 여사가 목걸이 진품을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받아 순방 당시 착용했음에도 거짓으로 진술하고 모조품이 오빠 진우씨 인척 집에서 발견된 경위에 대해 현재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희건설 측은 당초 "목걸이는 우리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일부 언론은 이날 자수서를 제출한 인물이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으나 아직 공식 확인되지는 않는다.
오 특검보는 이날 또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의 인척 주거지 압수 수색 당시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의 시계 상자와 정품 보증서가 발견된 것에 대해선 김 여사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지난달 25일 경기 남양주의 김씨 장모 집을 압수 수색하면서 반클리프 목걸이와 바쉐론 콘스탄틴의 여성용 시계 상자와 정품 보증서를 발견했다. 특검은 시계 구매자를 추적한 결과, 2022년 6월쯤 로봇개 수입 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 A씨가 구매한 것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특검에 “내가 바쉐론 콘스탄틴 매장에서 시계를 구매해 2022년 9월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면서도 “시중 판매가는 5000만원대지만, ‘VIP 할인’을 받아 3000만원대에 구매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건희 여사 일가의 '집사'로 지목된 김예성씨가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특검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4월 갑자기 베트남으로 출국한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김씨는 이날 오전 9시 15분(현지시각) 베트남 호찌민에서 인천행 베트남항공 항공편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23년 6월 자신이 설립에 관여하고 지분을 갖고 있는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에 카카오모빌리티,HS효성, 신한은행 등으로부터 184억원을 투자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기업들이 현안 해결을 위해 김씨 회사에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김씨가 탑승한 비행기가 착륙하면 공항 내부로 연결되는 ‘보딩 브릿지’에서 김씨를 체포할 예정이다. 김씨는 이후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은 후 서울남대문경찰서 유치장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그간 도피성 출국이라는 의심을 받았던 김씨가 공교롭게도 김 여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날 한국에 돌아오면서 우연의 일치인지, 의도적인 택일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김 여사 일가의 자금관리를 도맡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그가 특검팀에서 어떤 진술을 내놓느냐에 따라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