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공장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삼성전자가 테슬라로부터 23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계약을 따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에 차세대 칩 생산을 맡겼다고 밝혔다.

그동안 계속된 적자로 애물단지였던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이 대규모 수주를 계기로 드디어 제 궤도에 올라서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평가도 많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대형기업과 총 165억4416만달러(22조7648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지난 26일 체결했다고 28일 오전 공시했다. 계약기간은 지난 24일부터 2033년 연말까지로 8년 장기 계약이다.

이번 공급계약은 작년 삼성전자 총 매출액 300조8709억원의 7.6%에 달하는 규모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를 통틀어 단일 고객 기준 최대급 계약이다.

삼성전자의 28일오전 공시 내용


삼성전자는 거래 상대방과의 경영상 비밀 유지 합의에 따라 계약 상대명과 더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오후(한국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계약 사실을 알리면서 그 상대가 테슬라로 밝혀졌다. 머스크는 또 삼성전자가 밝힌 수주 규모보다 생산 규모는 더 클 수 있다고도 밝혔다.

머스크 CEO는 27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를 통해 "삼성의 텍사스 대형 신공장은 테슬라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의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삼성은 AI4 칩을 생산 중이며 TSMC는 AI5 칩을 생산할 예정"이라며 "최근 디자인을 마친 AI5는 대만에서 초기 생산한 후 애리조나 공장에서 양산될 것"이라고 밝혔다.머스크는 다른 이용자 게시물에 대한 답글에서 “165억달러 수치는 단지 최소액”이라며 “실제 생산량은 몇 배 더 높을 것 같다”고 했다.

AI4·AI5·AI6는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용 AI 칩으로, 이들은 차량에 탑재돼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기능을 하는데 사용된다. AI4는 현재 삼성 파운드리 평택공장에서 양산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AI6는 내년 가동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1㎚=10억분의 1m) 첨단 공정을 활용해 만들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규모 수주로 그동안 부진에 빠졌던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이 완전히 제 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은 지난 2019년 “2030년 파운드리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후 파운드리 1위 업체 대만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고, 중국 업체의 추격에도 쫓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까지도 3나노에서는 삼성이 TSMC에 현저히 밀리고, 5나노는 중국 추격에 쫓기지만 7,8 나노에선 성과를 낸다고 들었는데, 삼성 파운드리의 첨단 공정 수율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서 대규모 수주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잭팟 소식에 힘입어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10개월만에 7만원을 돌파했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6.83% 오른 종가 7만4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종가 기준 7만원 선을 회복한 건 지난해 9월 4일(7만원)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특히 이날 오후(한국 시간) 머스크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삼성의 거대한 텍사스 신규 팹(반도체 생산 시설)이 테슬라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직접 언급하며 당초 알려지지 않았던 계약 업체의 이름이 구체화되자, 주가 상승폭은 더욱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