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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극심한 면세점 경기 부진으로 호텔신라와 함께 고전 중인 신세계 면세점이 결국 부산 지역 면세점 계열사인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의 해산 절차에 들어간다.

신세계그룹의 면세점 계열사인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은 상법 제517조2호에 근거해 해산을 결정했다고 지난 25일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해산사유 발생일은 지난 24일로, 이날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산이 결의됐다.

회사는 청산인을 선임해 청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해산 절차는 법적 요건을 충족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의 해산은 지난 2월 신세계면세점 부산점 폐점으로 가능성이 이미 거론돼 왔던 것으로, 신세계그룹은 실제 이날 임시주총을 통해 회사마저 해산시켜 버리는 것이다.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은 신세계면세점 부산점 운영법인으로, 신세계그룹의 면세점 전담 법인인 신세계디에프의 100% 자회사다.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의 기업해산사유 발생 공시


면세점 경기는 사드사태와 코로나19를 겪으며 극심한 불황에 빠진 후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공항이나 시내 면세점 가릴 것 없이 수년 째 고전 중이다. 특히 시내 보다 공항 면세점들이 더 고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호텔신라는 호텔 부문에서 선방하고서도 면세점 때문에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84%나 줄었고, 당기순익은 적자 전환(잠정실적 기준)했다. 비상장기업인 신세계디에프도 작년 매출은 약간 늘었으나 영업손익은 2023년 967억 흑자에서 작년에는 197억원 적자로 적자전환했다.

특히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한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신세계 및 신라면세점의 올 1분기 실적이 극명히 대조되고 있어 주목된다.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의 올 1분기 영업이익 현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는 올해 1분기 15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작년 1분기에는 영업손실이 280억원에 달했는데,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인천공항에 입점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모두 각각 50억원 및 23억원씩의 영업적자를 냈다.

인천공항 면세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호텔 신라와 신세계는 높은 임차료 때문에 극심한 수익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철수한 후 그 입점 투자금을 시내와 해외 면세점들로 돌려 흑자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올 1분기 회사 전체 영업손익도 408억원 흑자로, 작년 1분기 273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호텔부문은 적자인 반면 면세점과 해외 면세점들인 글로벌 부문에서 모두 흑자를 내면서 전체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작년 호텔롯데의 전체 영업손익도 456억원 적자였다.

호텔신라의 올 상반기 잠정 영업실적


롯데면세점은 2018년 사드사태 때부터 과감하게 보수적 전략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보복으로 중국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을 때 당시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에서 주류·담배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모두 철수를 결정했다. 당시 롯데면세점은 중도 철수에 따른 막대한 위약금을 물며 손해를 입었다.

2023년 인천공항 입찰에서도 이 전략은 유지됐다. 당시 롯데면세점은 입찰에 참여한 3개 사업권에서 모두 최저 입찰가보다 20%가량 높은 금액을 써낸 반면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같은 사업권에 각각 68%, 61%씩 높은 금액을 써냈다고 한다. 당연히 롯데가 떨어졌다.

이것이 롯데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서 국내 입국 여객 수는 빠르게 회복한 반면 강달러와 중국 내수경기 침체 영향으로 면세점 매출은 그에 비례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2년 전 공항 면세 입찰에서 승자였던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현재 연간 각각 4000억원 안팎에 달하는 임차료 부담만 떠안으면서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반면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사업에 들어갈 자금을 시내면세점과 글로벌 사업에 집중시킬 수 있었다.

올해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이 잇달아 시내면세점 철수를 결정했을 때에도 롯데는 철수 없이 4개점을 유지했다. 해외사업장도 여전히 10곳이나 유지하고 있다. 올 1분기 호텔 롯데 월드사업부의 영업이익은 276억원으로, 전년동기 154억원보다 오히려 더 늘어났다.

면세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때문에 업계에선 요즘 2023년 롯데면세점의 인천공항 철수를 ‘신의 한수’라고 부르는 반면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에 대해선 ‘승자의 저주’라고 부른다”면서 “주력기업들이 대부분 고전하고 있는 롯데그룹 내에서도 롯데면세점은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몇 안되는 ‘효자 사업부’”라고 말했다.

신세계 인천공항 면세점


이번에 해산을 결정한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은 공항 면세점이 아니라 부산 시내(해운대) 면세점이다. 신세계 시내 면세점들 중 오래 전부터 영업이 잘 되지 않는 곳 들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562억원으로 2023년 515억원보다 약간 늘었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23년 101억원에서 작년 177억원으로 더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230억원에서 486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그 전부터 이어진 적자가 계속 커지면서 누적 결손은 2023년 말 1079억원에서 작년 말 1512억원으로 늘었다. 순자산(자본총계)도 23년 말 332억원 흑자에서 작년 말에는 1.52억원 적자로 떨어졌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까지 빠진 것이다. 결국 더 이상의 사업 지속이 무의미하다고 보고 점포폐쇄에 이어 기업해산까지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이번 신세계디에프글로벌 해산으로,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고 전망도 불투명한 다른 면세 사업장들의 연쇄 폐점이나 기업 해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