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4.27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수락연설에서 이재명 후보가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자료=더불어민주당

더트래커 = 임백향 기자

이재명 정부가 내년도 세제 개편 방향을 ‘증세’로 틀었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인상하고,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세 기준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대통령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됐던 법인·금융소득 중심의 감세 기조가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전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주요 내용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4%에서 25%로 1%포인트 인상하고,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증권거래세 역시 현행 0.15%에서 0.18%로 올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세제 개편안에는 그간 누적돼온 비과세·감면 항목을 축소하는 방안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공약했던 상속세 인하나 근로소득세 경감은 이번 개편안에서 빠졌다.

정부의 기조 전환은 결국 세수 확보가 배경이다. 2022년 103조6000억원에 달했던 법인세 수입은 지난해 62조5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감세 정책 이후 경기 둔화와 반도체·수출 업황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확장 재정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복지·민생 지출을 지속하기 위한 ‘조용한 증세’에 나섰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세수 확보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시기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기업 회계 관계자는 “세제 개편안이 사실상 감세 이전으로 회귀하는 구조지만, 지금 같은 투자 부진기에는 법인세율 인상이 기업 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투자 여력을 갖춘 기업일수록 세율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해 해외 이전 등을 고민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질 전망이다. 증권거래세는 거래액에 일괄적으로 부과되는 구조라, 거래 빈도가 높은 소액 투자자일수록 실질 세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거래세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인상 카드가 나온 배경에는, 주식 양도세 부과 확대에 따른 세수 확보 목적이 짙다는 분석이다.

정한겸 택스피어 대표 세무사는 “증권거래세는 본래 한시적 세목이었지만, 점차 상시 세목처럼 굳어진 상태로, 이번 인상은 개인투자자의 반발뿐 아니라,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정부 기조와도 충돌할 수 있다”라고 지적하며 “양도소득세 기준 강화와 함께 거래세까지 인상되면, 결국 주식 직접투자에 대한 유인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식시장에 숨통을 트이게 할 유인책도 함께 내놨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해 배당 성향이 높은 상장사에 투자한 경우 소득세 부담을 낮추기로 한 것이다. 이 경우 고배당 우량주 중심으로 ‘배당주 투자 확대’가 예상되며, 중장기적으로 증시 활성화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기재부는 조만간 당정 협의를 마무리하고 이번 세제 개편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국무회의를 거쳐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세법 개정안은 연말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서 최종 처리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세제 개편 방향은 이 대통령이 내세운 ‘재정 건전성과 복지 강화의 병행’이라는 국정 철학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기 반등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의 증세가 어떤 정치적·경제적 파장을 낳을지, 향후 정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