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래커 = 박지훈 기자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 ㈜베셀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고강도 자산 매각'에 나섰다. 자산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동산을 260억 원에 매각하며 유동성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번 자산 양도는 새 최대주주 ㈜에이지엘컴퍼니 체제 전환 이후 실행되는 첫 대규모 재무 전략으로 주목된다.

베셀은 지난 4월 17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1065번지 일대 부동산을 반도체 장비업체 디지털프론티어와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양도 금액은 총 260억 원으로, 베셀 자산총액(513억 원)의 약 50.66%에 달하는 규모다. 계약금 26억 원은 이미 납입됐고, 잔금(234억 원)은 오는 6월 16일 양도 기준일에 맞춰 지급될 예정이다.
해당 자산은 베셀이 보유한 사실상 마지막 핵심 부동산이다. 매각이 완료되면 기존 본사 역시 이전 수순을 밟는다. 베셀은 이번 거래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일부 단기차입금(194억 원)을 상환하고, 현금성 자산(작년 말 기준 2억 원)의 부족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베셀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57억 원으로 전년(261억 원) 대비 1.63% 감소했고, 2022년(441억 원)과 비교하면 41.74% 곤두박질 쳤다. 영업손실은 117억 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핵심 사업인 디스플레이 장비와 필름 소재 부문 모두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며 본업에서의 반등 여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홈페이지 갈무리. 출처=금융감독원

이 같은 상황에서 자산 매각 외에는 즉각적인 현금 유입 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베셀은 이번 매각에 앞서 대주회계법인을 통한 외부 자산평가도 실시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이번 자산 매각은 최대주주 변경과도 맞물려 있다. 지난달, 기존 2대주주였던 에이지엘컴퍼니가 보유한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더이앤엠㈜를 제치고 최대주주(지분율 18.21%)에 올라섰다. 오대강 대표가 이끄는 에이지엘컴퍼니는 작년 45억 원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우호 주주로 등장했으며, 지난 2월에도 베셀의 전환사채 20억 원어치를 인수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전환사채 전환은 베셀이 직면한 유동성 위기를 직접 해소하는 카드로 작용했다. 주가가 전환가액을 하회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은 풋옵션 행사 가능성이 컸던 반면, 우호세력인 에이지엘컴퍼니가 이를 전환함으로써 회사는 큰 현금 유출을 피할 수 있었다.

베셀은 과거 항공사업 자회사인 베셀에어로스페이스의 상장 가능성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자회사도 지난해 당기순손실 98억 원, 매출 62억 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어, 단기 내 그룹 차원의 실적 회복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베셀의 자산 매각이 단기 유동성 확보에는 긍정적이나, 본업 경쟁력 회복 없이 구조적 전환은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 매출 감소와 적자 확대 흐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회성 매각만으로는 중장기 생존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최대주주와의 시너지를 통해 신규 투자 유치, 구조조정,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 추가적인 회생 전략이 병행된다면 반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