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본관(홈페이지)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헌법재판소가 18일 재판관 9인 전원 일치 의견으로 조지호 경찰청장을 파면했다. 헌재가 경찰청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인용해 파면 결정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조 청장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국회의 탄핵소추를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작년 12월 국회가 탄핵 소추한 지 1년여 만이다. 파면의 효력은 즉각 발생해 조 청장은 즉시 직위를 잃었다.

조 청장은 파면 직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며 경찰과 공직사회 모두 저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헌재는 이날 조 청장 탄핵 심판에서 “피청구인은 위헌·위법한 대통령 지시에 따라 명백히 위헌인 계엄 실행에 가담했고 이는 경찰청장에게 부여된 헌법 수호의 사명과 책무를 포기한 것”이라며 “법 위반이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통제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지시를 실행하기 위한 것으로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되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등 헌법상 권한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및 선거연수원 경찰 배치에 대해서도 "위헌·위법한 계엄에 따라 선관위에 진입한 군을 지원해 선관위의 직무 수행과 권한 행사를 방해해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조 청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봉쇄와 출입 통제를 지시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와 수원 선거연수원에 경찰을 배치해 계엄군의 활동을 지원하는 등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이유로 작년 12월 12일 탄핵소추됐다.

헌재는 조 청장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만나 ‘군인들이 국회에 갈 것인데 경찰이 국회 통제를 잘 해 달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계엄 선포 직후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 출입을 전면 차단한 점을 중대하게 봤다.

헌재는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 행사와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실질적으로 방해했다”며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조 청장이 계엄군 요청을 받아 선관위 청사 출입을 통제하도록 지시한 것도 계엄군의 영장 없는 압수·수색과 선관위 장악 시도를 도운 것이라고 봤다. 헌재는 “위헌·위법한 계엄에 따라 선관위에 투입된 군을 지원해 선관위의 독립성과 직무 수행을 침해했다”며 “이는 헌법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매우 중대하다”고 했다.

헌법재판소 김상환 소장과 재판관들


조 청장 측은 ‘계엄 선포 당시에는 위헌·위법하다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해 대통령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계엄이 선포되자마자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이 국회로 모여 저항했고, 현장에 투입된 군경 역시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점을 보면, 이 사건 계엄의 위헌·위법성은 평균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에게도 충분히 인식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지시라 하더라도 헌법·법률에 반하는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할 의무가 경찰청장에게 있다”며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경찰청장으로서의 헌법적 책무를 방기했음을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와 관련해 ‘폭동을 유도하고 집회를 제한했다’는 소추 사유에 대해 헌재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청장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올해 1월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혈액암을 앓고 있는 그는 같은 달 법원의 보석 허가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