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겸의 택스피어’ 연재 이미지. ⓒ그래픽=더트래커/이강 기자
[편집자주] 사업이 성장할수록 세무 관리의 범위는 넓어집니다. 기장(회계장부 작성) 작성부터 세금 신고, 양도 등 자산 이전 문제까지 사업 구조와 규모에 따라 챙겨야 할 세무 이슈는 다양합니다. 이를 제때 정확히 처리하지 못하면 예기치 못한 추징이나 가산세, 놓친 세제 혜택 등으로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트래커는 세무사 정한겸의 ‘택스피어(taxpeer: 세무·tax + 자세히 보다·peer)’ 연재를 통해 상속·증여, 세무조정, 세무조사, 과세전적부심사, 조세불복, 경정청구 등 포탈 조회수 상위권에 오른 주요 세무 이슈를 살펴봅니다. 기본적인 세무 상식부터 실질적인 절세 전략까지 복잡한 세법을 쉽고 명확하게 풀어드립니다.
더트래커 = 박지훈 기자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매매를 둘러싼 문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무엇을 사는가’보다 ‘무슨 돈으로 샀는가’가 핵심이 된 모양새다. 특히 토지거래가 활발한 용인 수지구 등 규제 지역에서는 토지취득자금조달계획서와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연이어 작성해야 하며, 그 내용은 국세청의 자금출처조사 대상으로 곧바로 연결된다.
‘매매계획서’가 아니라 ‘소명서’가 된 자금조달계획서
부동산 거래 시 작성해야 하는 자금조달계획서는 당초 투기 방지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제도였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정책은 이 문서를 단순한 ‘계획’이 아닌 ‘증명’의 수단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계약 이전에 토지취득자금조달계획서를 먼저 제출해야 하고, 이후 정식 계약 단계에서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따로 작성해야 한다. 두 문서 모두 허위 기재 시 세무조사 가능성이 뒤따른다.
문제는 국세청이 이 자금조달계획서를 단순히 보관하지 않고, 정밀한 분석 시스템으로 연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돈, 당신 돈이 맞습니까?”… 국세청 PCI 시스템의 매서운 눈
국세청은 신고된 자금조달계획서 내용을 PCI 분석 시스템(Property·Consumption·Income)에 연동해 자금 출처를 검증한다. 이 시스템은 납세자의 과거 5~10년간의 신고 소득, 소비 내역, 자산 변동 등을 교차 분석해 소득보다 지출이 과도한 경우 자동으로 경고 신호를 띄운다.
예를 들어, 직장인 A씨(35세)가 용인 수지구에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했다고 가정해보자. A씨는 본인 예금 2억 원과 은행 대출 4억 원, 부모 차용금 4억 원으로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그의 총 신고 소득이 3억 원에 불과하다면, 국세청은 6억 원에 달하는 본인 자금 중 일부를 ‘증여’로 간주할 수 있다. 이 경우 자금조달계획서에 단순히 ‘부모 차용금’이라 기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차용증, 상환계획서, 이체내역 등 구체적 증빙이 필요하다.
특히 ‘사업자’는 더 조심해야 한다
근로소득자는 급여 수준이 명확히 드러나는 만큼 자금 출처를 소명하는 데 비교적 유리한 편이다. 반면, 자영업자나 법인 대표는 세무신고의 형태에 따라 현금흐름이 달라지고, 자금 출처 설명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실제로 세무조사 사례의 상당수가 사업자이거나 가족 명의로 자산을 운용한 경우에서 비롯된다.
“현금 등”은 조사 1순위… 전문가와 사전 시뮬레이션 필요
세무 실무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현금 등’으로 표기된 자금이다. 오래된 현금, 지인으로부터 돌려받은 돈, 장부에 기재되지 않은 사업 소득 등은 자금의 ‘원천은 내 돈’일 수 있어도,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충분한 항목이다.
세무 전문가들은 “오히려 일부는 증여재산공제를 통해 정식 증여 신고를 하고, 나머지는 자산처분·대출 등 명확한 흐름으로 구조를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성인 자녀에게는 10년 기준 5천만 원까지 증여공제가 가능하며, 이런 제도적 수단을 미리 활용하는 것이 납세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다.
“서류는 계약보다 먼저 써야 합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자금조달계획서를 세무사와 함께 시뮬레이션해보는 것만으로도 수천만 원의 세무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세금은 고지서가 아니라 ‘과정’에서 시작된다. 자산을 지키고 싶다면, 먼저 자금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을 사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증명하고, 통과해야만 소유할 수 있는 시대다.
자주 묻는 실무 Q&A
Q1. 토지취득자금계획서도 증빙자료를 내야 하나요?
→ 사전 제출 단계에서는 증빙 불필요. 그러나 후속 조사에서 요청 가능하다.
Q2.주택자금조달계획서 내용과 토지계획서가 다르면 문제가 되나요?
→ 두 문서 간 내용 차이는 가능. 계획서이기 때문에 완벽히 일치할 필요는 없으나, 불일치한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Q3.부부공동명의 취득 시, 대출은 한 명 명의로 받아도 되나요?
→ 실제 상환이 공동으로 이뤄진다면 문제 없다. 다만, 각자 자금조달계획서는 별도로 작성해야 한다.
□ 정한겸 세무사
경희대학교 산업경영공학·회계세무학 학사 / 택스피어 대표세무사 / 네이버 엑스퍼트 세무 상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