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의 27일 새벽 성공적 발사 순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4차 발사를 맞아 성공적으로 우주로 날아 올랐다. 2023년 5월 누리호 3차 발사 이후 2년 반 만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이날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전 1시 13분 발사된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했다“며 "탑재위성들을 계획된 궤도에 안착시켰으며 1시 55분 차세대 중형위성 3호의 신호 수신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는 민간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제작과 조립을 주도하고, 발사 운용에 참여한 첫 사례다. 항공우주연구원의 발사 운용에도 참여해 처음으로 민관이 공동으로 준비했다. ‘올드 스페이스(국가·정부기관 주도)’를 벗어나 ‘뉴 스페이스(민간 주도)’ 시대로 본격 진입한 것이다.

누리호는 이날 주 탑재 위성과 큐브(초소형) 위성 13기를 600㎞ 고도에 안전하게 올려놓는 네 번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날아 올랐다. 누리호는 한국에서 발사된 7번째 발사체이자, 민간 기업이 주도해 제작한 첫 번째 국내 우주 발사체다.

이날 누리호 4차 발사는 처음으로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도로 이뤄졌다. 제작부터 조립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도맡았다. 지난 3차 땐 누리호 제작·조립을 정부(한국항공우주연구원)가 주도하고, 한화는 이를 보조하는 입장이었으나, 이번엔 한화가 기술을 이전받아 발사체 제작부터 조립까지 거의 모든 업무를 맡았다.

4차 발사 자체는 항우연이 맡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지니어들도 준비와 발사 과정에 참여,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했다.

한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 ‘나로호’가 세 차례 시도 끝에 처음으로 목표 궤도에 오른 것은 2013년 1월이다. 당시 나로호는 1단부 로켓과 엔진을 러시아에서 도입해 사용했다.나로호를 쏘아 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독자 기술로 만든 발사체를 완성하기 위해 약 2조원을 투자, 누리호를 완성했다.

2021년 1차 발사에선 1.5t급 모형 위성을 실은 채 날아올랐으나 위성 궤도 안착엔 실패했다. 2022년 두 번째 누리호는 1.3t급 성능 검증 위성과 큐브(소형) 위성 4기를 목표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다만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위성이 아닌 검증용이었다.

2023년 5월 25일 세 번째 누리호는 처음으로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민간 큐브 위성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시켰다. 국가와 민간이 함께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우리 땅에서 우리 기술로 만든 로켓으로 우리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우주 강국’의 목표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날 네번째 누리호는 오전 1시 13분 새벽 시간에 발사됐다. 당초 0시 55분 발사 예정이었으나, 회수 압력 센서의 신호 이상이 감지돼 발사 시각이 18분 가량 연기됐다.

발사 시각이 처음으로 밤으로 정해진 것은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오로라와 대기광을 관측하고 우주 자기장을 측정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600㎞ 상공의 태양동기궤도까지 진입해야 하는데, 전남 고흥에 있는 나로우주센터 발사장과 목표 궤도면이 정확히 일치하는 순간이 오전 0시 55분 무렵이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발사 궤적(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는 이날 고도 63.4㎞에서 1단 엔진을 성공적으로 분리한 뒤, 발사 4분쯤엔 고도 257.8㎞ 지점에 이르러 2단 엔진 분리를 완료했다. 발사 13분쯤 지났을 땐 목표 고도인 600㎞에 진입, 위성 1차 분리(차세대 중형 위성 3호)를 시작으로 큐브 위성 12기를 순차적으로 모두 분리 완료했다.

13기 위성은 우주 궤도에 안착하면 각종 관측과 실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 중형 위성 3호’는 오로라와 대기광을 관측하고 우주 자기장을 측정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오로라 관측은 지구 바깥 우주 날씨가 얼마나 험악한지를 감시하는 것과 같다. 이를 통해 GPS 오차를 바로잡을 수 있고, 내비게이션, 항공기 운항, 자율 주행차의 위치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1시 55분경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과 첫 교신을 통해 태양전지판의 전개 등 위성 상태가 정상임을 확인했다.

큐브 위성 12기도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국내 기업 우주로테크가 만든 ‘코스믹’은 임무를 마치면 스스로 궤도를 떠나 위성을 폐기하면서 ‘우주 쓰레기 폐기 기술’을 시험한다.

스페이스린텍이 만든 ‘비천(BEE-1000)’은 우주에서 항암제를 만드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결정(crystal) 형태로 키우는 것을 실험한다. 우주에서 신약 개발을 수행하는 첫 단계다.

서울대 학생들이 만든 쌍둥이 큐브 위성은 궤도에서 분리됐다 합쳐지는 것을 반복하면서 지구 대기를 3D로 관측한다. KAIST의 ‘케이-히어로’는 작은 전기 추진기를 달아 스스로 움직이는 큐브 위성이다. 여러 위성이 함께 움직일 때 필요한 기동력을 시험한다.

윤영빈 우주청장은 이날 "정부는 앞으로 2027년까지 누리호를 2차례 더 발사함과 동시에 누리호보다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추진해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 역량을 더욱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청장은 여기에 더해 2028년 7차 발사를 위한 예산을 기획하고 있고 8차 발사 이후부터는 매년 1번 이상 누리호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지난 3차 발사 이후 4차 발사까지 2년 6개월 공백이 있어 산업 생태계 유지가 쉽지 않았다"며 "기술인력 이탈 등 문제가 어려웠지만 협력업체가 잘 극복했다"고 했다.

그는 "우주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산업 측면에서도 많은 기관들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요한 건 독자 발사체 있어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