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환율이 계속 폭등세를 이어가자 국민연금이 소방수로 다시 긴급 투입됐다.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은 24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4자 협의체를 가동하고 외환시장 안정방안을 논의했다.
기획재정부는 24일 언론공지를 통해 "기재부와 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했다"면서 첫 회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1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과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갖고 "국민연금 등 주요 수급 주체와 긴밀히 논의하겠다"고 밝힌 지 열흘만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앞으로 협의체를 통해 외환시장 안정과 국민연금 수익성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가장 먼저 동원할 수 있는 카드는 '전략적 환헤지'다. 환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 상승하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 자산의 일부를 달러로 팔아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달러 공급이 늘어나면 환율 상승 압력이 낮아진다.
국민연금은 지난 8월 말 기준 전체 자산 1322조원 중 43.9%(약 581조원)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환헤지 규모는 보유 해외자산의 최대 10%까지 매도할 수 있다. 문제는 과도한 환헤지를 할 경우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래서 외환시장 안정과 국민연금 수익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카드를 찾자는 것이다.
이 카드의 배경에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 투자를 위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환율을 밀어올리는 주요인 중 하나가 아니냐는 정부 판단도 있다.
또 다른 카드는 한은과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계약을 확대하거나 연장하는 방안이다.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 시 달러가 필요해 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인다.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을 가진 한국은행과 직접 거래하면 시장의 달러 수요가 줄어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현재 한은과 국민연금은 650억 달러 한도로 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고, 계약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연장은 당연하고 확대하는 방안이 앞으로 중점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노후에 동원되어야할 국민연금을 너무 자주 환율 안정에 동원하는 것도 부작용이 다수 우려된다. 국민연금 수익률 하락 우려가 가장 대표적이다.
환율불안의 주원인 중 하나는 국내 해외주식시장 투자자들(서학개미)의 과도한 해외주식투자로 알려져 있는데, 이 부문은 거의 건드리지 않은 채 만만한 국민연금만 계속 건드린다는 지적들도 적지 않다.
협의체는 이날 첫 회의를 시작으로 정책적 대응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24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순매도 영향으로 6거래일 연속 오르며 7개월 반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생필품 가격 급등을 비롯한 물가불안 등 국내 경제 전반에 심각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1.5원 오른 1,477.1원이다.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7개월 반 만에 최고치다.
환율은 미국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해 3.6원 낮은 1,472.0원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줄이다가 주간 거래 마감 무렵에는 1,477.3원까지 올랐다. 국내 증시에서 장 초반 순매수하던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환율을 끌어올렸다.다만 외환 당국 개입 경계감은 환율 상승 폭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스피는 전일보다 7.20포인트(0.19%) 내린 3,846.06으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4298억원을 순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