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순직 해병 특검이 21일 고(故) 채수근 상병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변경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 7월 2일 수사를 개시한지 142일만에 기소한 것이다.
기소 대상자에는 국방부 신범철 전 차관, 전하규 전 대변인, 허태근 전 정책실장,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검찰단장,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유균혜 전 기획관리관, 조직총괄담당관 이모 씨 등이 포함됐다.
해병 특검에 따르면 해병대수사단은 2023년 7월 19일 수색 작업 중 사망한 채 상병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보고 경상북도경찰청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의 초동 수사 결과를 이 전 장관에게 보고했고, 이 전 장관도 이견없이 결재했다.
하지만 그해 7월 31일 오전 윤 전 대통령이 국가안보실 회의 중 이 수사결과를 인지하고 격노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하며 외압을 행사했다고 특검은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질책 전화를 받은 이 전 장관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이첩 보류를 지시하는 한편, 이 전 장관 지시를 받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결과를 수정하라고 했다.
박정훈 단장은 김 전 사령관에게 수사 결과를 바꾸면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고, 채 상병 유족을 납득시키키도 어렵다고 보고했다. 김 전 사령관은 다음 날인 그해 8월 1일 박진희(육군 소장)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에게 이같은 내용을 알리고 수사 결과를 바꾸기 어렵다고 했지만, 박 전 보좌관은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했다.
박 전 보좌관은 김 전 사령관에게, 유 전 관리관은 박 대령과 김 전 사령관에게 잇따라 수사 결과를 변경하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이에 김계환 전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이른바 'VIP 격노 내용'을 전달하면서 외압이 구체화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이같은 지시를 따르지 않고 8월 2일 수사 기록을 경찰에 보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국방부가 기록을 회수할 것을 지시했다. 이 전 장관도 김 전 사령관을 통해 박 단장의 보직을 해임하고, 김동혁(육군 준장) 전 국방부 검찰단장을 통해 박 단장을 항명 혐의로 수사하도록 했다.
박 대령은 보직해임된 데 이어 그달 14일 체포영장이 청구됐다. 당시 수사단 수사기록은 유 전 관리관에 의해 회수된 후 박진희 전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에 의해 변경됐다. 임 전 사단장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피의자’에서 ‘관계자’로 바뀐 것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특정 사건에 ‘임성근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을 피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취지의 개별적·구체적 지시를 하고, 이 전 장관 등이 위법한 지시를 순차적으로 수명·하달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해 군사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침해한 사안”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이번 사건을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권한 침해를 넘어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가 저지른 조직적 범죄라면서 피고인들이 조직적으로 행위를 분담해 불법행위를 실행했다면서 "중대한 권력형 범죄"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용서류무효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특검은 이 전 장관에게 박 단장 관련 항명 수사 계획과 주요 진술 등을 윤 전 대통령 등에게 누설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박 단장이 군사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게 할 목적으로 거짓 증언한 혐의(위증)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