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 한국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벌인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취소신청 사건에서 승소했다. 이에 따라 2012년 11월부터 13년 동안 진행된 분쟁이 종결됐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8일 저녁 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18일 오후 3시22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ISDS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는 세계은행 산하 기구로, 회원국 간 투자 분쟁을 해결하는 곳이다.
김 총리는 "취소위원회는 2022년 8월 31일 자 중재 판정에서 인정했던 '정부의 론스타에 대한 배상금 원금 2억1650만 달러(당시 환율기준 2890억여원) 및 이에 대한 이자'의 지급 의무를 모두 취소했다"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당초 판정에서 인정됐던 현재 환율 기준 약 4000억원 규모의 정부 배상 책임은 모두 소급해 소멸했다고 김 총리는 설명했다.
김 총리는 이와 함께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그간 취소 절차에서 지출한 소송 비용 약 73억원을 30일 이내 지급하라'는 환수 결정도 받아냈다고 전했다.
김 총리는 “국가 재정과 국민의 세금을 지켜낸 중대한 성과이며 대한민국의 금융 감독 주권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의 성공적 개최, 한미중일 정상외교, 관세협상 타결에 이어 대외 부문에서 거둔 쾌거"라고 평가했다.
또 "(승소는) 그동안 법무부를 중심으로 정부 관련 부처가 적극적으로 소송에 대응한 결과"라며 "국민께서 뜻을 모아주신 덕분에 국운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실도 “정부는 지금까지 국가 차원의 대응 체계를 구성해 사건 대응에 최선을 다해 왔다”며 “정부를 믿고 응원해 주신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12·3 내란 이후 대통령도, 법무부 장관도 부재한 상황에 직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런 성과가 모여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며 "금감원 등 다른 부처 관계 공무원의 노고에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023년 9월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판정 취소 신청을 결정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론스타 소송 대한민국 승소!”라고 적었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분쟁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론스타는 2003년 9월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외환은행을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여러 회사와 매각 협상을 벌인 론스타는 2012년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해 약 4조7000억원(배당 포함)을 벌었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소유할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2006년 감사원이 외환은행이 인수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부적절하게 매각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가 은행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46억7950만달러의 손해를 봤다며 2012년 11월 ICSID에 국제 중재를 제기했다. 론스타 측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한국 금융 당국이 매각 승인을 고의로 지연시켰고, 매각 대금을 인하하는 등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중재 판정부는 중재 제기 10년 만인 2022년 8월 론스타 측 청구를 일부 인용해 한국 정부에 손해배상금의 4.6%인 2억165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할 때 정부 승인이 늦어 생긴 손해의 절반을 배상하면 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날 ICSID는 이 판정을 뒤집고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렇게 원래 결정을 뒤집고 승소할 수 있었던 것은 론스타 측의 절차 위반이 결정적인 이유가 된것으로 알려진다. 론스타와의 ISDS 중재판정 취소 소송에 참여한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18일 “(론스타 측의) 중대한 적법 절차 위반이 있었고, 중재 판정부의 권한을 넘어섰고, 판정의 주요 이유를 제대로 설시하지 않았다”며 “이 세 가지가 정부의 결정적인 승소 이유가 됐다”고 했다. 정 국장은 “지난 1월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구술 심리에서 취소위원들이 이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해서 (승소가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