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각종 인사(人事)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진 브로커 김모씨가 법정에서 "(전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정신적으로 이끌어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는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결혼부터 대통령 출마까지 상의해줬다며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11일 전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3차 공판을 열고 전씨에게 박창욱 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을 부탁한 브로커 김씨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브로커 김씨는 2022년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후로 전씨에게 국세청장 임명,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파견, 경찰 인사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은행장, 여신금융협회장 등의 인사 청탁 함께 강석훈 전 의원의 청와대 기용도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전씨에게 부탁한 이유로 "전씨가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친하기도 하고, 공헌도 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김씨에게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신적으로 이끌었다고 알고 있느냐"고 묻자 김씨는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와 결혼할 때,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때, 검찰총장 재직 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었을 때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조언을 해주며 잘 이끌어줬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김씨는 이날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전씨와의 일화들에 대해 자세히 증언했다. 김씨는 "윤 전 대통령이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때 사표를 내려고 전씨에게 상의했는데, 전씨가 '사표 내지 말라. 거기서 귀인을 만날 것이다'라고 해서 사표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안철수 의원이 국회의원으로 영입하고 싶다고 했을 때도 상의해 전씨가 '그렇게 하지 마라. 더 귀인이 올 것이다'라고 했고,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민주당에 영입하려 하니 '그것도 하지 마라'고 말했다"며 "그래서 윤 전 대통령이 '그럼 내가 뭘 합니까'하니 전씨가 '대통령을 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윤 전 대통령이) 추미애 전 장관에게 고초를 겪을 때도 (전씨가) '견디면 앞으로 좋은 게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전씨가 윤 전 대통령에게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이 '황교안보다 내가 낫다'는 취지로 답했고, 이에 전씨가 "그러니까 (대통령을) 해라"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재판부가 김 여사와 전씨의 관계에 대해 묻자 김씨는 "김 여사가 정권 초기에 먼저 전화도 하고,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전씨에게 들어서 알지만, 김 여사가 잠을 잘 자지 못해 정신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달래줬다"고 했다.
이어 "김 여사가 발리 같은 곳에 갈 때도 전씨에게 전화해 '누구를 조심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윤 전 대통령 부부 내외가 버리지 않는 한 전씨에게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사저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던 상황도 언급하며 "당시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사이가 멀어졌다고 이야기했다"고도 했다.
김씨에 따르면 당시 전씨가 윤 전 대통령에게 "왜 나한테 큰절을 안 하냐"고 했고, 윤 전 대통령은 "법당에서는 큰절을 하지만, 밖에 아무 데서나 큰절을 한다고 했냐"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는 "그래서 제가 이제 사이가 끝났구나 생각했다"며 "그 이후에 추천된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