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목동 스튜디오에서 양희진 작가가 노영재 사기장의 ‘백자대호(白瓷大壺·달항아리)’를 살펴 보고 있다. ⓒ사진=더트래커/임백향 기자
 
더트래커 = 임백향 기자
제 10대 조선왕실도자기 명장인 미강 노영재 사기장의 올해 신작 ‘백자대호(白瓷大壺·달항아리) 2025 에디션’이 지난 3일 서울 목동의 양희진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번 에디션은 광주 백토를 채취해 제작했다는 점에서 공개 전부터 미술품 수집가(콜렉터)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광주 백토는 조선왕실백자의 원재료로 사용되던 흙으로, 142년 동안 그 명맥이 끊겼다가 2018년 경기도 광주역세권(광주시 역동 170-6 일원) 개발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그동안 국내 백토 수요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왔다.
이날 컬렉터들의 눈길을 끈 것은 달항아리 전면과 중면에 위치한 ‘모미지’였다. 도자기 전문용어로 “모미지가 핀다”는 일본어 ‘단풍이 핀다’는 뜻으로, 도자기를 굽는 과정에서 불길이 흙 표면을 스치며 남긴 주황빛 불꽃 자국을 뜻한다. 이처럼 불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무늬는 정제된 아름다움보다 질박한 ‘불의 예술’이다.
노영재 사기장의 ‘백자대호(白瓷大壺·달항아리)’ 사진 화면에 '모미지'가 보인다. ⓒ사진=더트래커/임백향 기자
 
비대칭의 달항아리는 노 사기장의 주특기다. 달항아리는 그 크기가 큰 탓에 물레를 통해 아래에서부터 위로 차올라 한번에 만들어내는 다른 그릇과 달리 일반적으로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들고 이를 접합시켜 완성한다. 노 사기장이 반쪽에 다시 반쪽을 붙여 만든 불균형의 아름다움은 한국적 미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에디션의 촬영을 맡은 양희진 작가는 이러한 비대칭미와 흘러내리는 유약의 질감을 한층 더 살렸다. 그는 빛을 활용한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으로 극적인 명암 대비를 구현했다. 어두운 색조를 최소화해 밝고 청명한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작가의 의도도 엿보인다. 덕분에 모니터 속 달항아리는 풍부한 입체감과 실제와 같은 표면 질감이 생생히 표현됐다.
3일, 서울 목동 스튜디오에서 양희진 작가가 노영재 사기장의 ‘백자대호(白瓷大壺·달항아리)’를 사진 촬영 하고 있다. ⓒ사진=더트래커/임백향 기자
 
양 작가는 오리진(Origin) 달항아리를 피사체(사진을 찍는 대상이 되는 물체)로 삼는 원칙을 고수한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현대 작가의 작품이 아닌,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나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大韓民國傳承工藝大展) 본상 수상작을 촬영 대상으로 한다. 그가 추구하는 가치는 ‘시대의 미학’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미적 연결성을 포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18년 영국으로 건너가 동양적 요소를 작품에 접목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한 양 작가는 첫 개인전에서 한복, 기와, 갓 등을 단순화된 선과 형태의 무채색으로 구현해 한국의 미를 유럽인들에게 각인시켰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하아리(Haari) 시리즈’는 달항아리 사진에 회화적 요소를 더해 몽환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시각적 실험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3일, 서울 목동 스튜디오에서 양희진 작가가 노영재 사기장의 ‘백자대호(白瓷大壺·달항아리)’를 사진 촬영 하고 있다. ⓒ사진=더트래커/임백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