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전경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서울 종로구 종묘 맞은편 재개발 사업지인 세운4구역에 최고 높이 142m 빌딩이 들어서는 것을 서울시가 허용한 것을 두고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충돌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고층 건물이 종묘 경관을 해칠 수 있다”고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있는 반면 서울시는 해당 구역이 높이 규제대상이 아니라며 오히려 “재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4구역의 높이 계획을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시보에 고시했다.

고시 내용에 따르면, 세운4구역 일대의 건물 높이 제한은 당초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에서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로 바뀌었다. 세운4구역은 북쪽으로 종묘, 남쪽으로는 청계천과 연접해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 동력을 잃고 장기화한 세운4구역 일대의 재개발을 빠르게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운4구역은 2004년부터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수익성 부족과 역사 경관 보존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하던 곳이다. 특히 국가유산청은 2018년 심의를 통해 이 일대에 71.9m 높이 기준을 정했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높이 변경을 강행하자 국가유산청은 당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최고 높이를 대폭 상향 조정하는 변경 고시를 강행"했다며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국가유산청은 종묘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만큼 세계유산법에 따라 ‘세계유산 영향 평가’가 필수이고, 71.9m 높이 제한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1995년 종묘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세계유산구역 내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의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을 명시한 바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네스코는 (서울시의) 세운지구 계획안에 대해 유산영향평가 실시를 권고한 바 있다"며 변경 절차에 앞서 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가유산청은 "사업 계획을 면밀히 살핀 후 문화유산위원회, 유네스코 등과 논의하면서 국내·외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높이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세운4구역은 종묘에서 약 180m 떨어져 있어, 서울 기준 100m로 정해진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 밖에 있으므로 ‘세계유산법’ 등에 따라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종묘 경관을 훼손하지 않도록 앙각 기준도 확대 적용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