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박지훈 기자

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내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는 가운데,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이정훈 빗썸 대표를 소환했다. 지난 10월 1일 시작된 현장 조사는 이달까지 연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 스텔라(Stellar Exchange)와의 ‘오더북(호가창) 공유’다.

빗썸과 스텔라는 매수·매도 주문을 통합해 동일한 가격과 수량으로 표출하고 있다. 즉, 빗썸 테더마켓에 등록된 매수 주문이 스텔라의 매도 주문과 맞물려 거래가 성사되는 방식이다. 현재 두 거래소 간 오더북 연동 거래는 일평균 약 470건으로, 이용 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

‘스텔라’는 지난해 5월 설립된 호주 소재의 신생 거래소로, 발행 주식 수는 2주에 불과하다. 본사는 일반 가정집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주주는 케이맨 제도(조세회피처)에 위치한 ‘NEO EMU 홀딩스’다. 이 때문에 빗썸이 조세회피처에 등록된 소규모 업체와 오더북을 공유함으로써 투자자 보호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등 관련 법령상 조세회피처 소재 기업과의 사업 협력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여기에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영업을 지속하면서 금융당국과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빗썸은 지난 6월 보유 디지털 자산을 담보로 코인을 대여할 수 있는 랜딩플러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이나 원화를 담보로 제공하면, 빗썸이 최대 4배 규모의 가상자산을 대여해 투자(레버리지)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빗썸 회사 이미지. 사진=빗썸

금융당국은 지난 8월 19일 과도한 레버리지 제공에 따른 투자자 손실 및 투기를 우려하며, 각 가상자산거래소에 ‘가이드라인 마련 전까지 대여 서비스 신규 영업 중단’을 요청하는 행정지도 공문을 발송했지만, 빗썸은 중단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 9월 30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주재한 가상자산거래소 CEO 간담회에서 빗썸이 초청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업계에서는 “빗썸이 금융당국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금융당국과의 갈등은 빗썸의 IPO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빗썸은 2023년 11월 삼성증권을 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내년 1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고, 3월 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2017년 프리 IPO 투자에 참여한 한국투자파트너스, 신한벤처투자 등 벤처캐피털(VC)들은 8년째 엑시트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IPO를 둘러싼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업계 1위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최근 네이버와의 합병을 추진 중으로, 업계에서는 양사 합병이 사업 확장에 탄력을 더해 업비트의 1위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1위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의 국내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바이낸스는 2023년 국내 거래소 고팍스(Gopax)의 지분을 인수했으나, 약 2년 6개월 동안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승인 절차가 완료되면서, 고팍스와 바이낸스가 오더북을 공유할 경우 사실상 바이낸스가 직접 한국 시장에 진출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단숨에 업계 3위권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