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경제방송에 가짜 부동산 전문가를 출연시켜 개발이 어려운 땅을 ‘개발 호재’가 있다고 속여 판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찰은 "방송 매체의 신뢰성을 이용한 신종 수법"이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방송 외주 제작업체 대표 A씨(41), 기획부동산 업체 대표 B씨(45), 가짜 부동산 전문가 C씨(40) 등 36명을 검거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와 B씨 등은 가짜 부동산 전문가가 출연하는 경제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 상담 요청이 들어오면 기획부동산 업체로 유인하는 방식으로, 지난 2021년 4월부터 2023년 8월까지 피해자 42명으로부터 22억여 원을 챙긴 혐의다.
A씨 등 3명은 가짜 부동산 전문 방송 채널 6개를 운영하며 방송 중 상담 전화번호로 전화를 건 시청자들의 연락처를 불법 수집하고 기획부동산 업체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A씨 회사 직원 C씨는 경제방송 6곳에 부동산 전문가로 출연했지만 C씨는 부동산 학위나 전문지식 없이 사전에 준비한 대본 만으로 방송에 출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경찰을 밝혔다.
B씨 등 33명은 이렇게 얻은 연락처로 시청자들에게 전화해 상담이나 세미나 초청을 핑계로 사무실로 유인한 뒤 토지를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콜센터를 이용한 과거 방식으로는 모집이 어려워지자 일당은 가짜 부동산 전문가를 방송에 출연시키는 수법을 쓴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C씨는 방송에서 세종시 일대 보전 산지를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 계획이 있는 것처럼 꾸며 시세 대비 최대 53배의 폭리를 취했다. 보전산지는 무분별한 산지 개발을 막기 위해 산지관리법에서 정한 구분 중 하나로, 개발이 불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1평(3.3㎡)당 1만7천원인 땅을 93만원에 팔아 53배의 폭리를 취한 사례도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기획부동산 사기수법이 나날이 지능화돼 이번에는 방송에 출연하는 전문가라는 유명세를 이용, 피해자들을 유인했다"며 "부동산 거래 시 현장을 방문, 현지 공인중개사와 상담하고, 토지 이용확인원과 부동산등기부등본 등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