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II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한화시스템은 이라크로 수출되는 천궁-II 다기능레이다 양산사업에 참여, LIG넥스원과 8593억원에 달하는 레이다 판매공급계약을 27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LIG넥스원과 6170억원의 미사일발사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기간은 모두 27일부터 2033년 1월28일까지다. 대금지급 조건은 계약후 15일 이내 1차 선급금, 오는 12월22일 2차 선급금, 그리고 납품 및 검사완료 후 납품대금 지급 조건이다.

천궁Ⅱ는 한화시스템즈가 다기능 레이다(MFR),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요격 미사일 발사대(미사일 포함)를 제작해 LIG넥스원에 납품하면 LIG넥스원이 이들 구성품과 자체 제작한 교전통제소를 통합해 완성하는 구조다.

LIG넥스원은 작년 9월 이라크와 28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천궁Ⅱ수출 계약을 체결했지만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불만을 제기, 하마트면 수출 자체가 무산될 뻔한 위기도 여러차례 겪었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계약 내용을 미리 공유받지 못했고 이라크와 합의한 납기와 가격도 수용하기 어렵다”고 반발했고, LIG넥스원은 “계약에 앞서 한화 측에 협의 요청을 했지만 대답이 없어 이전 수출 계약 시 적용한 조건으로 이라크와 협상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갈등의 핵심은 비용을 어느 쪽이 더 많이 부담할지를 놓고 벌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천궁Ⅱ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용 수출 물량 때문에 양사의 생산여력이 많지 않은 상태였다. 한화 측은 이라크 수출 물량과 납기를 맞추기 위해 인력·시설 추가 비용을 납품가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했고 LIG넥스원은 이미 이라크 정부와 맺은 계약을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 납품가를 과도하게 올리는 것은 받아들이 어렵다고 팽팽하게 맞서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 측은 또 이라크의 지정학적 리스크, 불안정한 재정 상황, 기술 유출 가능성 등에도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수출 차질을 우려한 주무부처인 방위사업청이 나서 지난 2월부터 양사 경영진을 불러 중재에 나섰다. 중재에도 양사가 서로 입장을 굽히지 않아 한때 ‘위기설’도 나돌았다. 양 측이 어느 정도 의견을 모으고 있다는 얘기는 지난 7월 쯤부터 흘러 나왔다.

27일 LIG넥스원과 한화 양사가 정식 납품계약을 체결한 걸로 보아 양측 갈등은 일단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 수출계약 자체가 무산될 경우 한창 기세가 오른 한국 방위산업 전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위기감과 방사청의 중재 덕에 10개월 넘게 끌어온 갈등이 겨우 진화된 셈이다.

관련 비용을 어떻게 분담하는지는 자세한 계약내용이 공시되지 않아 알 수 없으나 양 측이 공평하게 분담하는 방식으로 합의된게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