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박지훈 기자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 생산 업체 베셀이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 납입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베셀은 80억원 규모의 제10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 납입 일정을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10회차 CB의 최초 납입일은 지난 1일이었으나, 이후 16일로 연기되었고, 이번에는 다시 23일로 변경됐다.
CB의 만기일은 2028년 10월 23일로, 표면이자율은 2%, 만기이자율은 6%로 설정되어 있다. 전환가액은 1537원이며, 전환 시 520만4944주의 보통주가 발행된다. 이는 베셀 전체 주식의 약 20.94%에 해당하며, 전환청구기간은 2026년 10월 23일부터 2028년 9월 23일까지이다.
주목할 점은 피에이치파트너스가 전환사채를 인수한 후, 이를 전액(80억원)을 상상인저축은행(70억원)과 상상인증권(10억원)에 각각 매도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피에이치파트너스와 사전 조율을 통해 상상인 계열에 전량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베셀, 전환사채(CB) 납입 일정 변경 공시.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회사는 최근 몇 년간 재무 악화와 주가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매출 257억원, 영업손실 117억원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은 2억원을 나타냈다.
베셀은 잦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23년에는 당시 시가총액인 376억원에 맞먹는 35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베셀은 지난 2년간 두 차례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지난 2023년 3월 더이앤엠(THE E&M)은 베셀의 이전 최대주주로부터 166만3536주(13.42%)를 137억원에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랐다. 더이앤엠은 실시간 개인방송 서비스 '팝콘TV'와 같은 플랫폼을 개발‧운영사다.
올해 5월에는 더이앤엠에서 에이지엘컴퍼니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에이지엘컴퍼니는 2대주주였던 보유 지분(10.07%)을 바탕으로, 7회차 CB의 주식 전환권을 행사해 보통주 177만9359주를 추가 확보하며 베셀 지분율을 18.21%로 확대했다.
에이지엘컴퍼니는 지난해 6월 베셀의 45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으며, 올해 2월에는 베셀 CB 인수에 20억원을 투입하는 등 베셀이 어려울 때마다 자금을 지원해왔다. 다만, 이 과정에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가 발생했다.
더이앤엠과 에이지엘컴퍼니 두 회사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더이앤엠 출신 인물인 권현기 씨는 현재 베셀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지난해 열린 베셀 임시주주총회에서 에이지엘컴퍼니의 대표이사인 오대강 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