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겸의 택스피어’ 연재 이미지. ⓒ그래픽=더트래커/이강 기자
[편집자주] 사업이 성장할수록 세무 관리의 범위는 넓어집니다. 기장(회계장부 작성) 작성부터 세금 신고, 양도 등 자산 이전 문제까지 사업 구조와 규모에 따라 챙겨야 할 세무 이슈는 다양합니다. 이를 제때 정확히 처리하지 못하면 예기치 못한 추징이나 가산세, 놓친 세제 혜택 등으로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트래커는 세무사 정한겸의 ‘택스피어(taxpeer: 세무·tax + 자세히 보다·peer)’ 연재를 통해 상속·증여, 세무조정, 세무조사, 과세전적부심사, 조세불복, 경정청구 등 포탈 조회수 상위권에 오른 주요 세무 이슈를 살펴봅니다. 기본적인 세무 상식부터 실질적인 절세 전략까지 복잡한 세법을 쉽고 명확하게 풀어드립니다.
더트래커 = 임백향 기자
상속에서 남겨진 이들에게 슬픔과 함께 닥치는 건 시간의 압박이다. 장례가 끝난 직후 상속세 신고를 준비해야 하고, 통장과 등기부, 감정평가서를 뒤적이다 보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계산기를 두드리다 보면 문득 ‘이게 맞나’ 하는 불안이 들고, 검색창에 ‘상속세 세무사’라는 단어를 치게 된다.
상속세는 ‘자진신고세목’이다. 국가가 대신 계산해주지 않는다. 상속세 신고기한은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안에 신고해야 하고, 해외 거주 상속인이 있으면 9개월까지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진행하다보면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금융거래 10년치 내역을 정리하고, 부동산·주식·보험·채권을 평가하고, 과거 증여 내역을 검토해야 한다. 또 상속인들끼리 분할 협의 및 동의를 작성하고 서명까지 받아야 한다.
기한을 넘기면 무신고 가산세가 붙고 납부지연 가산세가 부과된다. 신고를 일찍 시작할수록 선택지가 넓어지고, 상속세 절세 시나리오도 풍부해진다. 이 초기 설계 단계에서 세무사의 역량은 방향을 바꿔놓는 경우가 많다.
상속세는 합산이 아닌 설계의 싸움이다. 부동산 하나만 봐도 공시가격으로 신고할지, 실거래가로 할지, 감정가를 근거로 삼을지에 따라 세액이 달라진다. 금융재산은 ‘순금융재산(금융자산-금융부채)’ 기준으로 공제액이 정해지는데, 입출금 시점이나 대환대출의 흐름 해석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바뀐다. 사전증여도 상속인에게는 10년, 그 외에는 5년치가 합산되며 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증빙으로 복원해야 한다.
특히 동거주택 공제(10년 이상 동거·1주택·무주택 상속인)는 단순히 서류로 끝나지 않는다. 함께 살아왔다는 ‘생활 흔적’을 증명해야 한다. 수도요금, 카드 사용지, 병원 진료기록 같은 일상의 흔적들이 증거가 된다. 이런 부분은 계산기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전문가의 경험과 논리가 필요한 이유다.
■상속세 체크리스트
- 신분·가족: 가족관계증명서(상세), 혼인관계증명, 기본증명, 주민등록등본
- 금융: 사망일 기준 잔액증명(예·적금·증권·보험), 10년 거래내역(엑셀)
- 부동산: 등기부·토지(임야)대장·건축물대장, 임대차계약·보증금 내역
- 법인·비상장지분: 최근 3개년 재무제표·세무조정계산서·의결서류
- 채무: 대출약정·원리금 상환내역, 미지급세금 고지서, 의료·장례비 영수증
- 증여: 10년(상속인)·5년(그 외) 자금 흐름표, 증여세 신고서(있다면)
상속세 신고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국세청은 신고 이후에도 서류검증 → 추가 소명 → 필요시 세무조사를 진행한다. ▲사망 직전 현금 인출 ▲가족 간 계좌이체 ▲감정가 대비 비정상 거래 등과 같은 항목은 늘 쟁점이다.
조사 통지를 받은 뒤 자료만 제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어떤 논리로, 어떤 선후관계로, 어떤 법해석을 제시할지까지 묶어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상속은 시작부터 사후 검증까지를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사례 A’의 주인공 A씨는 금융자산 위주로 68억원을 상속받았다. 초기 계산에서는 상속세가 10억9000만원으로 산출되었으나, 순금융재산 산정 시점의 착오(대환대출 반영 누락)와 배우자 분할 설계의 미비점을 수정하고, 해외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재분류한 결과 세금이 3억2000만원 줄어 최종 결정세액은 7억7000만원으로 확정되었다.
‘사례 B’에서는 상가와 토지를 포함해 총 42억원을 상속받았다.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신고할 경우 과세 위험이 있었지만, 감정평가를 통해 시세를 합리적으로 반영함으로써 2억1000만원의 세금을 절감할 수 있었다.
‘사례 C’는 사전증여가 얽힌 19억원 규모의 상속 사례였는데, 순환이체 내역을 단순히 합산하면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다. 자금출처 및 반환 흐름표를 통해 자금의 실제 이동을 입증함으로써 단순 증여가 아닌 일시 예탁임을 설득했다. 그 결과 과세 대상이 축소되고, 금융재산공제가 재적용되어 6000만원의 세금을 추가로 절감할 수 있었다.
이들 모두 공통점은 단순히 숫자 자료만을 제출한게 아니라, 논리를 앞세운 것이다.
세무조사 통지를 받은 경우엔 우선 쟁점을 리스트로 뽑고 증빙 가능 여부를 나누어 대응 순서를 세워야 한다. 배우자 공제도 무조건 많이 받는 게 능사가 아니다. 공제를 극대화하면 추후 상속(2차 상속) 때 세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세금 부담 구조를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상속은 평가·공제·증빙·전략이 교차하는 복합과제다. 어느 시점의 가격을 선택하고 어떤 논리로 증빙하느냐가 세금을 바꾼다.
□ 정한겸 세무사
경희대학교 산업경영공학·회계세무학 학사 / 택스피어 대표세무사 / 네이버 엑스퍼트 세무 상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