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호텔신라가 최근 인천공항 면세점 일부의 영업을 중단한 것과 관련,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저하 및 재무부담 상승이 예상되나 중기적으로는 임차료 비용부담이 경감되며 영업수익성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은 여전히 부담요인으로 남아있다고도 지적했다.
한기평은 지난 22일 보고서에서 이번 결정은 과도한 적자가 예상돼 지속운영가치가 청산가치보다 적다고 판단한 것이 주요 사유라며 이같이 밝혔다.
호텔신라는 지난 18일 면세사업부문의 인천공항점 DF1권역(향수·화장품·주류·담배) 영업중단 및 철수 계획을 공시한 바 있다. 잠정 영업정지 일자는 내년 3월17일이다. 하지만 DF3권역(패션· 잡화 /부티크)의 영업은 지속한다.
공항 면세점 사업은 출국객 수에 연동한 임차료 구조로, 엔데믹 이후 입국객 수의 회복이 면세점 판매실적 회복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면서 과중한 고정비 부담을 야기해왔다. 이에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는 임대료 감면을 위한 법원 조정 절차를 진행했다.
법원은 최근 양 사에 대해 각각 25% 및 27%씩 임대료를 인하하는 내용의 강제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인천공항공사는 이에 불복하고 이의신청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호텔신라가 영업정지 및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신세계디에프는 아직 대응 방안을 밝히지 않고 있다.
호텔신라 전체 매출에서 TR(면세) 부문은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번 철수를 결정한 인천공항점 DF1권역의 매출은 작년 4293억원 규모로, 면세사업의 13.1%, 연결기준 호텔신라 전체 매출의 10.9%를 차지했다.
이에 이번 철수로 외형 감소가 불가피한데다 계약기간 전 면세사업권 반납으로 인천공항공사에 약 1900억원의 위약금도 이미 지불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수익성 저하및 재무부담 상승이 예상된다고 한기평은 밝혔다.
다만 면세 부문의 최근 이익기여도는 매출규모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특히 인천공항점 DF1권역은 임차료 부담이 높아 최근 면세부문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왔다. 따라서 중기적으로 임차료 비용부담 경감이 영업수익성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한기평는 밝혔다.
그러나 한기평은 이번 결정이 중기적으로는 면세사업 수익성 회복에 기여는 하겠지만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은 여전히 부담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호텔신라의 연결기준 차입금 의존도는 작년 말 43.5%에서 지난 6월 말 44.5%로 더 높아졌다. 순차입금/EBITDA(상각전영업이익) 배수는 작년 말 9.9배에서 6.8배로 약간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기평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요인(5.5배)을 웃돌고 있다.
한기평은 올 상반기 정기신용평가에서 호텔신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일정 기간내 실적개선이 없으면 정식으로 신용등급까지 떨어트릴 수 있다는 사전 경고조치다.
호텔신라의 연결기준 부채내역(왼쪽부터 25년6월말, 24년말 순. 단위 원)
한기평은 당시 등급전망을 하향조정하는 이유로, 면세사업 부진으로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점,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점,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 폭이 제한적일 전망인 점 등을 들었다.
올 상반기 호텔신라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2억원 흑자로, 전년동기 397억원 흑자에 비해 흑자폭이 크게 줄었다. 2023년(911억원 흑자)까지 호텔신라는 영업흑자를 유지해왔으나 작년 52억원 영업적자로 적자전환한 바 있다. 작년 영업적자의 원인은 면세부문에서 697억원 적자를 냈기 때문이었다.
올 상반기 영업흑자도 전년동기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은 호텔/레저부문은 작년 상반기 268억원 흑자에서 올 상반기 225억원 흑자로, 흑자폭이 약간 밖에 줄지 않았으나 매출비중이 80%가 넘는 면세부문의 영업손익이 같은 기간 129억원 흑자에서 163억원 적자로, 적자전환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