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경기도 평택시 평택대학교 제2피어선빌딩에서 열린 '2025 아트페스타 디아브 아트'에 전시된 사진작품 '하아리(양희진 作, 110x90cm)'. ⓒ사진=더트래커/박지훈 기자

더트래커 = 박지훈 기자

한국적 정물사진으로 주목받는 양희진 작가의 달항아리 사진 작품이 전시 첫날 전량 판매되며 화제를 모았다.

13일 화랑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시 평택대학교 제2피어선빌딩에서 열리고 있는 ‘2025 아트페스타 디아브 아트’에서 양 작가의 신작 5점이 전시 개막 두 시간 만에 모두 판매됐다. 출품 작가 60여 명 중 작품이 완판된 것은 양 작가가 처음이며, 사진 작품으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달항아리의 흰빛과 부정형의 원을 회화적으로 담아낸 양 작가의 신작 ‘하아리(HAARI)’는 이번 전시에서 1점당 120만 원에 거래됐다.

포스트 단색사진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양 작가는 한국적 소재에 스케일과 미적 감각을 더하는 작업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동시에 미술시장에서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 컬렉터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그의 신작 하아리는 이달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로하앤갤러리 3층에서 열리는 개인전 ‘양희진, K-헤리티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양 작가는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사물들을 사진에 담아왔다. 올해 초부터 현대 조형미술의 거장인 미강 노영재(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본상 작가)의 달항아리를 촬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완판된 신작 역시 노영재의 달항아리가 피사체다. 노영재는 ‘조선백자의 비밀의 문을 연 사기장’으로 평가받는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호인 호산 안동오에게 사사받은 인물로, 그의 작품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비롯해 해외 컬렉터들에게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전시 관계자는 “양 작가의 작품에 대한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며 “공간을 품격 있게 꾸미려는 수요와 미술 소액 투자 열기, 그리고 달항아리가 복과 재물을 부른다는 속설이 함께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미술의 미니멀리즘과 맞닿아 있는 작품들의 인기가 치솟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트페스타 디아브 아트’는 경기도 평택 최초의 종합 예술 축제로, (사)경기민예총 평택지부가 주최하고 평택시와 평택시문화재단이 후원한다. ‘Dive into ART’를 주제로 열리는 행사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예술에 몰입하는 경험을 지향하며,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작품명: 하아리(HAARI) 작가노트
흙과 물이 만나 형태를 이루고 살아 움직이던 순간의 감각은 여전히 내 안에 머물러 있다. 시간이 흘러 사진이라는 매체를 선택한 지금도, 그 감각은 내 안에서 맴돌며 또 다른 형상으로 되살아난다. 손끝에 스며들던 흙의 숨결은 이제 빛과 그림자를 다루는 감각으로 옮겨왔고, 나는 다시금 ‘형태를 빚는 행위’로 돌아간다.

달항아리 사진 시리즈 <HAARI>는 한국적 소재를 통해 이어온 시각적 여정의 연장선 위에 있다. 달항아리는 완벽한 원형 속에 결함을 품은 ‘여백의 그릇’으로, ‘결여된 완전함’과 ‘시간의 중첩’을 담아내는 매개체다. 실물 도자를 재현하는 대신, 사진을 통해 그 형상과 질감을 다시 사유하며 기록하고자 했다.

각 컷은 달항아리의 표면을 어루만지듯 빛을 디자인하여 촬영되었고, 필름의 은은한 그레인 속에 오래된 기억을 스며들게 한다. 전통의 아름다움은 정지된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관람자의 기억과 감정 속에서 다시 흐른다. 나 역시 그 여백 위에 조용한 감정과 지나간 시간을 조심스레 담아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