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로하앤갤러리에서 열린 'K-헤리티지, 집들이 아트전'에 사진작품(양희진 作, 110x90cm)과 전시된 달항아리(미강 노영재 作, 46x45cm). ⓒ사진=더트래커/박지훈 기자
더트래커 = 박지훈 기자
형태나 소재보다 아이디어 전개를 중시하는 현대미술 장르인 개념미술(Conceptual Art) 한가운데에서 전통문화와 사진예술이 만나는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로하앤갤러리에서 9월 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양희진 작가의 《K-헤리티지: 집들이 아트전》이 그 무대다. 이번 전시는 전통 백자 달항아리를 소재로 한 사진 작품과 실제 문화재급 달항아리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획이다.
갤러리 3층에 들어서면 순수하고 따뜻한 아름다움을 지닌 달항아리 사진이 관람객을 맞는다. MZ세대 사진가인 양희진은 달항아리의 정서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캔버스 위에 담아낸 오리진 조선백자의 푸르스름한 빛은 서구 모노크롬(monochrome) 사진이 표현하지 못했던 한국적 미감을 독창적으로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로하앤갤러리에서 열린 'K-헤리티지, 집들이 아트전'에 전시된 달항아리(미강 노영재 作, 46x45cm). ⓒ사진=더트래커/박지훈 기자
이번 작품의 피사체(사진의 대상이 되는 물체)는 미강 노영재 사기장이 만든 높이 46cm, 직경 45cm 크기의 달항아리다.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이 ‘문화재급’으로 인정한 이 작품은 약 1000만원대의 가치를 지닌다. 황금비율과 완벽한 이음새, 우윳빛 색감이 단연 으뜸이다. 40cm 이상 크기의 달항아리는 보통 상하 두 개의 사발을 이어 붙여 만들어지기에 비정형적인 멋이 매력으로 꼽히는데, 노 사기장의 달항아리는 정제된 완성미까지 갖췄다.
양희진 작가는 사진과 실제 백자를 나란히 전시해 관람객이 두 세계의 조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로하앤갤러리에서 열린 'K-헤리티지, 집들이 아트전'에 사진작품(양희진 作, 110x90cm). ⓒ사진=더트래커/박지훈 기자
양 작가의 작업은 단순한 시각적 기록을 넘어 달항아리를 탐색한다. 사회적 담론보다 한국적 정서와 내면 깊이를 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 결과, ‘달항아리 시리즈’는 국내 예술계에서 호평을 받았고, 상업적으로도 성과를 거두며 침체된 사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는 국내외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왔다. 국내 금융지주 계열 A사 대표는 “복(福)과 재물을 가져오는 달항아리의 토템적 의미를 신비롭게 담아낸 사진”이라며 작품을 구입해 회사 로비에 전시했고, 유럽에서도 영향력 있는 컬렉터들이 다수 소장하며 국제적 호응을 보여주고 있다.
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로하앤갤러리에서 열린 'K-헤리티지, 집들이 아트전'에 사진작품(양희진 作, 110x90cm). ⓒ사진=더트래커/박지훈 기자
양희진의 사진은 ‘Less is more(단순할수록 아름답다)’라는 미니멀리즘 정신과 맞닿아 현대인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는 “달항아리의 비정형적이면서도 조화로운 모습이야말로 최고의 매력”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단순히 미적 산물이 아니라 작가의 삶을 관통하는 수행의 흔적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까지 약 200여 점의 작품을 남겼으며, 최근에는 한국 현대조형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양희진의 달항아리 탐색은 한국적 미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여정이다.
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로하앤갤러리에서 열린 'K-헤리티지, 집들이 아트전'에 사진작품(양희진 作, 22x22cm). ⓒ사진=더트래커/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