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을지로 사옥.[사진=SK텔레콤 제공]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지난 4월 SK텔레콤(SKT)의 유심 정보유출 사고 이후 SKT의 무선통신 점유율이 지난 7월 말 38.7%까지 떨어졌지만 위약금 면제기간이 포함된 7월 중 가입자 순감소 규모가 6월보다 줄어드는 등 가입자 이탈세가 잦아들면서 추가적 대규모 이탈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또 지난 7월 이른바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법) 폐지 이후에도 통신사업자간 보조금 경쟁이 단통법 시행 이전 수준으로 심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신평은 지난 19일 내놓은 ‘USIM 정보유출사고·단통법 폐지 이후 통신시장 변화’ 보고서에서 올해 이 2가지 중요한 이벤트가 통신서비스 업계에서 발생했지만 당초 예상보다 그 파장은 그리 심각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25년4~7월 국내 이동통신 번호이동 현황(한신평 정리)

보고서에 따르면 위약금 면제기간(7월4일~14일)이 포함되어 있는 7월 한달간 SKT를 이탈한 가입자수는 34만5517명으로, 5월의 44만490명보다 적은 수치다. 지난 6월24일부터 신규 가입자 모집이 재개되면서 7월 한달 타사에서 유입된 가입자수(25만4250명)를 포함하면 7월 한달간 9만1267명의 가입자 순감소를 기록했다.

SKT 가입자수 순감소폭은 지난 4월 11만4330명에서 5월 40만5530명으로 크게 치솟았다가 6월 11만282명, 7월 9만1267명 등으로 6월 이후에는 다시 완연한 감소세다.

지난 4~7월 SKT를 이탈한 가입자수를 모두 합하면 약 123만명으로, 같은 기간 유입된 가입자 51만명을 감안하면 순감소 가입자수는 72만1409명이다. 위약금 면제 발표 이후에도 대규모 가입자 이탈은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4~7월 KT와 LGU플러스의 가입자수 순증가폭은 각각 32만5027명 및 27만6800명이었다. 이에따라 SKT의 휴대폰 가입자 점유율은 사고 발생 전인 지난 3월 40.3%에서 5월 39.2%로, 사상 처음으로 40% 밑으로 떨어진 후 지난 7월에는 38.7%까지 더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KT 점유율은 23.3%→23.7%→23.9%, LGU플러스는 19.1%→19.4%→19.5%로 각각 올랐다. 알뜰폰(MVNO) 점유율도 같은 기간 17.3%→17.7%→17.9%로 올랐다.

국내 휴대폰 가입자 점유율 추이(한신평 정리)

하지만 한신평은 위약금 면제기간이 포함된 7월 중 가입자 순감소규모가 6월 대비 줄어드는 등 가입자 이탈세가 잦아들면서 추가적인 대규모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또 SKT에서 이탈한 가입자가 KT와 LG유플러스, 그리고 다수의 알뜰폰으로 분산되면서 특정 사업자의 가입자 기반이 크게 강화되지 않고 있으며, 무선통신시장 내 점유율 격차 역시 기존 수준에서 중대한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가입자 이탈 흐름이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규모로 지속될 지 지켜볼필요가 있다고 한신평은 밝혔다.

USIM 유출사고 이후 약 3개월밖에 경과하지 않았고, 전례 없는 대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인 만큼 SK텔레콤의 대외신인도와 이용자 만족도 저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가입자 이탈 흐름이 지속될 경우, 2·3위 사업자와의 격차가 유의미하게 감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입자 유치 경쟁을 제약하는 요인 중 하나였던 단통법이 폐지(7월 22일)되며 점유율 회복을 위한 보조금 지출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지만 이 또한 아직까지 시장에서 큰 변화는 없다고 한신평은 평가했다.

한신평은 앞으로도 통신사업자간 보조금 경쟁이 단통법 시행 이전 수준으로 심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는, 위약금 신설 및 확대로 약정기간 내 번호이동 수요 감소가 예상되고, 시장환경의 변화로 가입자 유치 경쟁의 실익도 부족해졌으며, 보조금 경쟁이 알뜰폰과 자급제 단말기 시장을 위축시켜 전체 소비자 후생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신평은 설명했다.

SKT 영업실적 및 차입부담 추정(한신평)

한편 SK텔레콤의 올 2분기(4~6월) 연결기준 매출액은 가입자 이탈 등의 영향으로 4.34조원으로 하락했다. 전분기 대비 2.6%, 전년동기대비 1.9%씩 감소한 수치다. 2분기 영업이익은 매출 감소 영향과 USIM 교체비용 등 유출사고 관련 일시적 비용이 발생하면서 전년동기 대비 약 2천억원 감소한 3383억원을 기록했다.

한신평은 하반기에도 가입자 이탈과 가입자 보상 관련 지출, 정보보안 관련 투자 등으로 무선통신부문 영업실적이 저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8월 한달간 전 고객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통신요금 50% 감면 때문에 3분기(7~9월)에 큰 폭의 영업실적 저하를 예상했다.

또 유출사고 관련 일시적 자금유출과 더불어 기집행한 SK브로드밴드 잔여지분 인수(인수대금 1.15조원)를 포함한 자금소요 등을 감안할 때 가입자 이탈에도 당분간 보조금 지출을 확대할 여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알뜰폰 가입자수 추이(한신평 정리)

한신평은 SKT의 2025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8천억원 감소한 17.0조원 안팎, 영업이익은 2024년 1.8조원에서 2025년 1.0조원 안팎으로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6년부터는 가입자 이탈흐름 감소와 2025년 요금감면의 기저효과 등으로 영업손익이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신평은 가입자 이탈과 단통법 폐지 등의 시장환경에서도 당분간 SK텔레콤의 신용도 하방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도 판단했다. EBITDA(상각전영업이익)나 순차입금 지표 모두 신용등급을 강등시킬 정도로까지는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경쟁업체인 KT나 LG유플러스에 대해선 엄청난 수준은 아니지만 두 기업 모두 올해 적지않은 영업실적 개선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