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임백향 기자
DB손해보험(DB손보)이 40년 가까이 공들여 온 해외사업이 최근 들어 실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발 대형 산불 등 자연재해가 반복되면서 손해율이 급등하고 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진출한 베트남 시장은 아직 뚜렷한 수익 창출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DB손보의 글로벌 전략이 오히려 실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DB손보는 올해 1분기 해외 원보험업에서 마이너스(-)376억원의 보험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336억원 흑자에서 급락한 것이다. 지난 1월 1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60년 만의 초대형 산불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업계는 해당 사고로 인한 손실이 6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DB손보는 2023년에도 괌 태풍과 하와이 산불로 6622억원의 손실을 입은 바 있어, 미국 사업은 이제 구조적 리스크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DB손보는 이같은 피해를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로 규정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대규모 손실은 단순한 예외가 아니라 경영 판단의 결과로 읽힌다. 고위험 지역에서의 사업 확대, 현지 고객 확보를 위한 포괄적 보장 확대, 그리고 재보험으로도 감당이 어려운 재해 규모 등이 손실을 키운 배경이다.
문제는 이 손실이 단지 미국 사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해외 원보험업 부문 손익(1859억원)은 DB손보 전체 보험손익(1조7192억원)의 지난해 실적의 10% 이상을 차지했을 정도로 비중이 큰데, 이 부문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그룹 전체 실적도 직격탄을 맞는다.
DB손보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4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6466억원) 15.6%, 보험손익(4027억원)은 28.5% 줄었다. 장기보험 장기위험손해율 상승과 자동차보험 요율인하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해외사업 부문의 손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일반보험은 LA산불 등의 영향으로 손해율이 작년 동기에 비해 10.1%포인트(p) 치솟았다.
이처럼 미국 사업의 고위험 구조가 노출되자, DB손보는 새로운 해법으로 ‘지역 분산’을 꺼내 들었다. 그 대안은 바로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인접 신흥국으로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DB손보는 이미 자카르타와 양곤에 사무소를 두고 있어, 향후 베트남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동남아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도 가능하다.
하지만, 베트남에서의 사업은 아직 투자 단계를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PTI, VNI, BSH 등 세 곳의 손해보험사를 인수하며 시장 점유율을 10%로 끌어올렸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수익 기여는 미미하다. 게다가 보험시장 규모 자체가 연 3~4조 원으로 제한적이며,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베트남에서의 인오가닉(Inorganic) 전략 역시 장기적으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인오가닉은 인수합병(M&A), 지분 투자를 통해 기술이나 경영 방식을 빠르게 획득하는 전략이다. 현지 사정을 잘 모른 채 M&A에만 의존할 경우 경영통제 실패, 내부 갈등, 문화 충돌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미 VNI, BSH는 중소형 보험사로, DB손보의 역량 투입 없이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해외사업 확대 전략이 실적 부진의 배경이라는 지적도 내놓는다. 정종표 대표가 2022년 11월 취임 이후 해외관리파트와 미주보상파트를 신설하며 글로벌 사업을 강화했고, 그에 따라 리스크도 커졌다는 해석이다.
DB손보는 1984년 괌 지점 개설 이후 꾸준히 해외사업을 추진해 왔다. 회사는 재보험을 통한 리스크 분산,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이라 밝혔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실적 악화라는 결과로 되돌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