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후보(국민의힘 홈페이지)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후보교체를 위한) 전당대회 개최를 막아주고, 후보자 지위도 인정해달라며 낸 2건의 가처분신청이 9일 오후 늦게 모두 기각되며 국민의힘 대선 전선에 새 변수가 생겼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당 지도부가 대선 후보 교체를 강행할 조짐을 보이자 김 후보 측은 단일화 실무협상에 일단 응했다. 하지만 단일화 결정을 위한 여론조사 역선택 방지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 단일화 실무협상은 일단 결렬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권성수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김 후보측이 낸 2건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면서 "현재로선 국민의힘이 김 후보의 후보자 자격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지 않다"며 "이 부분 신청을 구할 필요성이 없고, 가처분 판단을 구할 실익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이 다른 사람에게 후보자 지위를 부여할 수 없게 해달라는 신청에 대해선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 등과 단일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지지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실상 후보자 확정과 관련된 단일화 절차 진행에 관해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김 후보에게 당무우선권이 무조건적으로 보장된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 "여론조사결과에 따라 최종 후보자를 지명한다는 것이 김 후보의 지위를 박탈하거나 후보자를 한 후보로 교체하려는 목적만으로 이뤄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국민의힘이 단일화 여론조사결과에 따라 전대 내지 전국위 개최 등을 추진하는게 정당의 자율성에기초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같은 기각 판결에 "대선 후보 박탈 권한은 당 비대위와 선관위에 있고, 전당원 투표 등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도 있다"며 '당 주도 단일화'에 속도를 낼 뜻을 강하게 비쳤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 측은 "법원 판결문에서도 명백한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김문수 후보임을 명확히 인정했다"며 "누구도 대선후보 지위를 흔들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날 오후 8시30분부터 시작된 단일화 실무협상에는 즉각 참여했다.

하지만 단일화 실무협상은 곧 결렬됐다. 김후보 측이 제시한 역선택 방지조항 제외 조건을 한덕수 후보측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측 모두 협상재개에는 부정적이지 않아 10일에도 협상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국민의힘 당 지도부와 김문수 당 대선 후보는 이날 기각 판결전까지도 한치 양보 없는 벼랑끝 대치를 이어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김 후보가 15∼16일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제안한 데 대해 "단일화가 지연될수록 효과는 반감될 뿐"이라며 "후보 등록 이전 단일화가 완료돼야 두 후보 중 누가 승자가 돼도 기호 2번을 달 수 있다. 11일이 넘어가는 늦은 단일화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다시 한번 강하게 반박했다.

이양수 사무총장도 "만에 하나 무소속 후보로의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당의 지원도 기호 2번이라고 하는 단일대오도 없이 우리 후보를 마음껏 지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는 9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직접 참석해서도 한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했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에서 "당 지도부는 현재까지도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한덕수) 후보를 우리 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 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그래서 응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에게 "저 김문수를 믿어달라. 저 김문수가 나서서 이기겠다"며 완주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김 후보는 "저 김문수는 이재명과의 여론조사에서 여러 차례 승리한 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한덕수 후보가 이재명을 이겨본 적 있느냐"라며 "경쟁력 조사에서 저와 한덕수 후보는 거의 차이 나지 않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후보의 발언이 끝난 후 권영세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솔직히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김 후보 발언은) 우리 의원들께서 기대하신 내용과는 완전히 동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긴 말씀 안 드리겠다. 지도자라면, 그리고 더 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전날 시작된 대선 단일 후보 선호도 조사를 이날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 여론조사의 공표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보내옴에 따라 조사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이 선호도 조사를 토대로 단일화 절차를 종결짓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렇게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후보 측 반발이 워낙 거세고, 법적 반격을 받을 가능성도 많기 때문이다.

김 후보가 우세한 결과가 나온다면 후보를 확정하며 후보 등록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갈등 양상도 차츰 진정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 후보가 우세한 결과가 나온다면 복잡해진다. 이 결과를 토대로 당 지도부가 한 후보로 후보 교체를 강행할 경우 김 후보와 당 지도부가 충돌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이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11일 비대면 회의 방식의 전국위원회 소집을 공고해 놓고 있다. 안건은 대선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기 위한 단일화 여론조사 실시 및 그 결과에 따른 최종 후보자 지명으로 명시했다.

당헌에 따르면 전국위는 전당대회 소집이 곤란한 경우 전당대회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고 되어있는 만큼 전국위 의결만으로 후보 교체가 가능하다고 당 지도부는 주장하고 있다.

11일 전국위 개최를 위해 당 지도부는 10일이나 11일 중 비상대책위원회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열어 후보 교체의 건을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후보 교체가 강행되더라도 김 후보 측에서 당의 후보 교체를 무효로 하는 가처분 신청을 또 다시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단일화 선호도 조사 및 결과 공표와 관련해 법적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선호도 조사에서) 한덕수 후보가 높게 나오도록 설계돼 있어 (결과를) 볼 것도 없다"며 "법적, 정치적인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 간 동의를 거치지 않고 당이 일방적으로 강행해 실시된 조사여서 한 쪽이 강력 반발할 경우 이런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

한편 김문수 후보는 이날 경선 상대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홍 전 시장이 임명을 수락한 적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는 9일 일정을 거의 비운 채 하루 종일 서울에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 스스로 11일 이전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날은 가처분 및 여론조사 결과 등을 기다리는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