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립현충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이재명 후보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지난 27일 역대 최고 득표율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가 후보 확정이 끝나자말자 파격적인 ‘우클릭 통합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역대 민주당 대선 후보들 중 가장 과감한 중도·보수 확장 행보라는 평을 들을 정도다.

이 후보는 28일 후보 선출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역대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역대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며 보통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만 참배했을 뿐 이승만· 박정희 등 우파 역대 대통령 묘소는 의도적으로 잘 찾지 않았다.

하지만 이 후보는 "국민의 에너지를 색깔과 차이를 넘어 한 곳에 모아야 한다"며 과감히 이승만·박정희 묘역도 찾았다. 이승만 묘소를 먼저 찾은 후 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이 후보는 전직 대통령들 묘역 참배에 이어 자민련 총재를 거쳐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국무총리를 지낸 박태준 포스코 전 명예회장의 묘역도 참배했다.

박태준 묘역 참배는 김민석 민주당 수석 최고위원이 “DJP 연합, 일종의 진보·보수 통합 정권의 일종의 옥동자다, 한번 찾아가보자”라고 제안하자 이 후보가 동의, 당초 일정에 없이 즉석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제·안보·안전 모든 문제에 있어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국민의 힘을 최대한 하나로 모아야 한다"며 "소위 말하는 통합의 필요성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시기"라고 했다.

그는 이어 사자성어 '구동존이'를 언급하며 "좌우의 통합이든 보수와 진보의 통합이든 똑같아질 수는 없겠지만 차이는 차이대로, 공통점은 찾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에 대해서는 "저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만 갖는 것은 아니다. 양민학살, 민주주의 파괴, 장기독재라는 어두운 면이 있고 한편으로 보면 근대화의 공도 있다"며 "음지 만큼 양지가 있고 동전은 앞면이 있는 거 처럼 뒷면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는 다 묻어두자는 얘기가 아니다. 평가는 평가대로 하고 공과는 공과대로 평가하되 지금 당장 급한 것은 국민 통합이고 국민의 에너지를 색깔과 차이를 넘어 다 한 곳에 모아 희망적인 미래와 세계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 후보는 ‘보수 책사’로 불리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민주당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사실도 이날 공개했다.

윤 전 장관은 과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안철수 후보 등을 도우며 중도·보수 선거 전략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이 후보는 당 대표 신분이던 지난해 10월 윤 전 장관과 만나 오찬을 하며 정치 현안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대선 경선 후보로 뛴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의원 등도 상임 선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지난 27일 역대 최고 득표율인 89.77%의 지지를 받으며 민주당 제21대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이 전 대표는 "지금 이 순간부터 이재명은 민주당의 후보이자 내란 종식과 위기극복, 통합과 국민 행복을 갈망하는 모든 국민의 후보"라며 "국민의 명령을 받아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마지막 순회경선인 수도권·강원·제주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이 전 대표를 최종 후보로 선출했다.

이 후보는 최종 득표율 89.77%로 결선 투표 없이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2위는 김동연 후보로 누적 득표율 6.87%, 3위는 김경수 후보로 3.36%였다.

이날 수도권·강원·제주 경선(91.54%)을 포함해 이 후보의 권역별 경선 득표율은 89.04%였다.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89.21%, 재외국민 투표에서는 98.69%를 각각 얻었다.

이 후보는 네 차례 순회 경선과 국민 여론조사, 재외국민 투표에서 모두 압승을 거뒀다.

이 후보가 얻은 89.77%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의 경선 득표율 중 역대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