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래커 = 박지훈 기자

2024년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의 실적표는 숫자 그대로 충격을 안겼다. 총 11개 상장사 중 무려 10곳이 영업이익이 줄었고, 이 중 2곳은 적자전환 혹은 손실 확대를 피하지 못했다. 표면적인 감소율만 보더라도, '일시적인 둔화'라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구조적 침체의 조짐이 뚜렷하다.

롯데그룹은 부동산 자산 기반의 롯데리츠를 제외하면, 모든 계열사가 외형과 이익 면에서 후퇴 중이다. 한때 ‘화학공룡’으로 불리던 롯데케미칼은 구조적 위기 한복판에 있고, 지주는 이자를 갚기조차 빠듯한 상황이다. 캐시카우 상실, 그리고 전방 산업 부진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더 깊은 추락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룹의 지주사인 롯데지주는 2023년 4937억원에서 2024년 3405억원으로 영업이익이 31.03%나 줄었다.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이하로 떨어지면서 지주사가 이자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졌다는 점에서 그룹의 전반적 수익 구조에 대한 적신호가 켜졌다.

롯데렌탈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영업이익이 3052억원에서 2848억원으로 줄어든 감소폭은 6.68%로, 다른 계열사에 비하면 선방한 수준이다. 다만 이 또한 현금창출력 저하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롯데쇼핑은 2023년의 5084억원에서 2024년 4731억원으로 하락했다. 전년 대비 6.94%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그룹 내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의 기저 체력이 아직 남아있음을 시사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해 영업손실 64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2022년 848억원, 2023년 118억원 영업흑자에서 가파르게 추락한 셈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원재료 가격 급등, 유가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롯데CI. ⓒ사진=롯데

롯데웰푸드는 2023년 1770억원에서 2024년 1571억원으로 11.24% 감소했다. 식품 부문에서도 원가 상승과 소비 위축이라는 이중 압박을 피해가지 못했다.

롯데리츠는 유일한 예외다. 2023년 375억원에서 2024년 420억원으로 12% 성장했다. 탄탄한 부동산 자산 기반의 임대 수익 덕분이다. 하지만 전체 그룹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롯데이노베이트의 경우 2023년 569억원에서 이듬해 257억원으로 54.8% 줄어들었다. 에너지와 첨단소재 투자를 병행하던 중 실적 방어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정밀화학은 감소율이 특히 크다. 2023년 1548억원에서 504억원으로 무려 67.44% 줄었다. 주요 수출 시장의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이 실적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2023년 2107억원에서 1849억원으로 감소했다. 12.24% 줄었으며, 고금리 상황 속에서 소비 둔화와 유통비용 상승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때 그룹의 캐시카우로 불리던 롯데케미칼의 숫자는 처참하다. 2022년 7626억원, 2023년 347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는 8941억원까지 손실 폭을 키웠다. 감가상각비만 1조원을 넘겼지만, 중국과의 경쟁 격화 및 전기차 시장의 '캐즘' 현상에 직격탄을 맞으며, 수익 구조가 급격히 무너졌다.

롯데하이마트는 흑자를 간신히 유지하긴 했지만, 영업이익은 17억원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2023년 82억원 영업이익에서 2024년 17억원으로 79.27% 감소했다. 문제는 3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이다. 유통구조 변화와 내수가전 침체 속에 구조 개선의 효과가 실질적 전환점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