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금융당국의 강력한 부실정리 유도에 따라 전국 79개 저축은행 대다수가 올들어선 조금씩 부실이 줄고 실적도 호전 추세이지만 부실채권비율이 계속 상승하는 저축은행들도 10여개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기준 업계 4위인 웰컴저축은행과 9위 페퍼저축은행, 하나저축은행, IBK저축은행, 상상인 및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 키움 및 키움예스저축은행, 파주 안국 및 구미 라온저축은행 등이 그 대표 사례들이다.
이 중 상상인과 안국, 라온 저축은행 등은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걸쳐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업체들이다.
이들 10개 저축은행들 중 9개는 올들어 대출채권 대손상각비(대손충당금 신규전입)가 줄고 영업실적도 나아지는 가운데 부실채권비율만 계속 소폭 오르는 저축은행들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 자회사인 하나저축은행만은 올들어서도 부실채권비율이 계속 오르고, 대손상각비와 적자폭도 더 커지는 거의 유일한 케이스다.
20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포털에 따르면 하나저축은행의 지난 3월 말 전체자산 고정이하비율은 12.53%로, 작년 말 11.65%보다 약간 더 높아졌다. 2023년 말 이 비율은 7.83%였다.
고정이하자산이란 연체 3개월 이상인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으로 분류된 자산들로,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보통 부실채권 또는 부실자산으로 불려진다.
2023년 645억원, 작년 907억원, 올 1분기(1~3월) 251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계속 적립했는데도 부실자산비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올 1분기 대손상각비 251억원도 작년 1분기 187억원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올 1분기 영업손익은 110억원 적자로, 전년동기 36억원 적자보다 적자폭이 더 커졌다. 이 저축은행의 2023년 및 작년 영업적자도 각각 223억원 및 347억원이었다. 적자가 지속되면서 지난 3월말 이익잉여금은 -80억억원으로, 결손상태도 새로 시작되었다.
작년까진 부실이 계속 늘거나 영업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올들어선 부실채권비율이 낮아지기 시작하고, 영업실적도 좋아지고 있는 다른 많은 저축은행들과 분명 다른 흐름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하나저축은행도 작년부터 부지런히 부실채권들을 정리하고 있지만 새 부실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된다”고 말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업계 2위 OK저축은행과 함께 이미 2023년부터 선제적으로 부동산PF 부실들을 잘 정리한 대형 저축은행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1804억원이나 새로 쌓았던 대손충당금은 작년에도 1598억원을 더 쌓아 고정이하자산비율을 23년 말 7.77%에서 작년 말 11.38%로, 상승폭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데 성공하는 듯 보였다.
또 2023년 403억원, 작년 402억원 등 2년 연속 영업흑자도 냈다. 대손상각비도 작년 1분기 571억원에서 올 1분기 520억원으로 다소 줄었다. 그 결과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61억원을 기록, 작년 1분기 131억원보다 커졌다.
그런데도 부실자산비율만은 지난 3월 말 12.98%로, 작년 말 11.38%보다 1.6%p나 오히려 더 높아졌다. 아직 충당금을 제대로 쌓지 못한 새 부실이 올들어 새로 발생한 때문으로 추정된다.
페퍼저축은행 등 나머지 8개 저축은행들도 모두 비슷한 경우들이다. 올들어 충당금 적립을 줄이고, 영업실적도 나아지고 있는데도 부실채권비율만은 다시 더 소폭 상승하는 케이스들이다.
페퍼의 고정이하자산비율은 작년 말 14.18%에서 지난 3월 말 14.83%로 소폭 더 상승했다. 같은 기간 IBK저축은행은 13.85%에서 14.39%, 상상인은 26.9%에서 27%, 상상인플러스는 23.59%에서 24.7%, 키움은 12.66%에서 13.05%, 키움예스는 14.27%에서 15.34%로, 모두 조금씩 상승했다.
같은 기간 파주 안국저축은행도 16.03%에서 16.43%로 소폭 올랐다. 다만 구미 라온저축은행은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다. 작년 말 19.84%에서 지난 3월 말 22.61%로 올랐다.
상상인과 안국, 라온 저축은행 등은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로 일정 기한 내 부실이나 재무상태가 많이 개선됐다는 점을 보여줘야하는 저축은행들이다. 부실비율이 호전은 커녕 더 나빠진 셈이어서 우려된다.
웰컴저축은행의 올 1분기 대출채권 대손상각비와 영업이익
이밖에 OSB-다올-부산 솔브레인 저축은행 등은 부실상태는 다소 호전됐지만 하나저축은행처럼 영업실적은 올들어 전년동기보다 다소 나빠진 몇 안되는 케이스들이다.
OSB저축은행의 경우 올들어 부실채권비율이 하락하고, 대손상각비도 감소했는데도 올 1분기 영업적자는 전년동기보다 더 늘었다. 이에 비해 다올과 솔브레인 저축은행은 고정이하자산비율은 올들어 하락했지만 대손상각비는 더 늘어 실적이 악화된 경우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이들 10여개 케이스를 제외한 다른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은 올들어 부실이 줄고 실적도 나아지는 등 지난 2~3년에 비해 확실히 안정적”이라면서 “이들 10여개 저축은행들도 올들어 부실 확대폭이 크지는 않아 신규 부실들을 잘 만 통제하면 큰 문제가 없을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관계자는 “부동산 및 실물경기가 올 하반기 이후에도 계속 악화된다면 다른 저축은행들도 다시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며 조심스레 단서를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