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총액 3조 달러 클럽 탈락, 애플만 남아
- 데이터센터 매출 93% 급증에도 투자자들 "성장 둔화" 경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가 호실적 발표 다음날 주가가 8% 이상 폭락하며 시가총액 3조 달러 클럽에서 탈락했다.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8.48% 하락한 120.15달러로 마감했다. 이로 인해 시가총액은 2조 9420억 달러로 줄어들어 3조 달러 선이 무너졌다.
엔비디아는 전날 발표한 2024년 4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 실적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393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93% 급증해 360억 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이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이익률 전망에 주목했다. 회사는 2025년 1분기(2~4월) 총마진율이 70.6%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전년 회계연도의 75%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차세대 칩인 블랙웰 공급이 확대되면 총마진은 올해 후반 70% 중반대로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의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다음 세대 AI 모델은 질문에 대한 최선의 답변을 단계별로 생각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이에 필요한 연산량은 기존의 100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근거로 AI 칩 수요가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의 성장세 둔화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서밋 인사이츠의 킹아이 찬 분석가는 "엔비디아 GPU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엔비디아는 여전히 애플에 이어 미국 2위 기술 기업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보다 시가총액이 높다. 그러나 2025년 들어 주가가 10% 가량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 통제, 관세, 더 효율적인 AI 모델 등이 엔비디아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은 반도체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브로드컴(-7.11%), TSMC(-6.95%), 퀄컴(-4.73%), AMD(-4.99%)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6.09% 하락해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