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선박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대형거래 중 하나로 연초부터 관심을 끌었던 HMM의 SK해운 인수 계획이 결국 무산됐다. 매각 가격이 주 원인으로 보이지만 정권교체 등 정치적 상황도 원인들 중 하나로 알려진다.

HMM은 지난 4일 오후 늦게 내놓은 공시를 통해 “당사는 SK해운 일부 자산 인수 등과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거래상대방과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2025년 8월 4일 부로 최종적으로 인수 협상이 결렬되었음을 알려 드린다”고 밝혔다.

HMM은 일찌감치 실사도 마쳤으나 매각 측과 협상 난항을 겪어왔고, 최근 멈춰있던 협상을 재개했지만 결국 최종 결렬되었다. HMM이 올해 1월15일 SK해운의 자산을 일부 인수하기 위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7개월 만이다. HMM은 컨테이너선 중심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SK해운을 인수할 계획이었다. SK해운은 탱커선과 LPG선, LNG선 등 여러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SK해운의 현재 최대주주는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로, 작년 말 지분율은 71.43%다.

SK해운의 2024년 말 주주구성


결렬의 최대 원인은 매각가격과 매각 범위인 것으로 알려진다. 시장에선 SK해운의 전체 몸값을 최대 4조원으로 평가해 왔다. 반면 HMM은 SK해운 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부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를 인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가격을 낮추는 데 주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HMM이 희망한 인수 가격은 1조2000억원 수준이지만, 매각 측은 2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1조2000억원은 2018년 한앤코 인수가(1조5000억원) 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협상 과정에서 SK해운 소속 정규직 직원의 고용 승계 등에 대해서도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재매각을 생각해야하는 HMM 최대주주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부담도 컸을 것으로 보인다. SK해운 사업부 인수로 HMM의 덩치가 더 커질 경우 원매자 찾기가 더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71.69%의 가치는 지난 4일 종가 기준 16조9750억원을 넘어섰다. 2년 전 매각 추진 당시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지분 57.9% 인수에 제시한 가격은 6조4000억원이었다.

한앤컴퍼니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한상원 사장


다른 이유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HMM 대표이사는 김경배 전 대표에서 최원혁 신임 대표로 교체되었다. 6월 대선을 거치며 해양수산부 장관 교체, HMM의 부산 이전설 등 여러 변수가 더 생기면서 협상은 더 복잡해진 것으로 알려진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 교체 후 새 정부도 M&A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게 되었고, 결국 HMM 신임 대표가 전 경영진이 진행한 사업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협상 포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MM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사라짐에 따라 SK해운 최대주주 한앤컴퍼니 측은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SK해운의 통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이미 덩치가 큰 SK해운을 인수할 만한 곳은 업계 1위 HMM이 사실상 유일했기 때문이다. 경쟁력이 높은 개별 사업부를 쪼개 팔 확률이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SK해운의 연결기준 손익계산서


SK해운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1조9812억원, 영업이익은 3957억원, 당기순익은 637억원이었다. 작년 말 미처분이익잉여금도 1조2698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