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박지훈 기자
제주항공이 부채비율 급등 위기 속에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통해 재무구조 방어에 나섰다. 딜의 설계자는 하나증권이다. 단순한 만기 연장 차원의 거래가 아니라, 만기가 열려 있으면서도 자본으로 인정받는 1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통해 제주항공은 자본을 확충하고 부채비율은 200%p 가까이 끌어내릴 것으로 보인다.
채무 이행 압박과 신용등급 부재라는 난제 속에서 조달 금리 역시 A0등급 수준으로 맞췄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1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사모 방식으로 발행했다. 만기는 30년으로 열려 있으나, 2년 후부터 조기상환(콜옵션)이 가능하다. 발행금리는 연 6.5%며,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2%포인트가 추가로 붙는 스텝업(Step-up) 구조다. 주관사는 하나증권이다. 전체 물량 중 약 800억원은 외부 기관에 분산됐으며, 200억원은 하나증권이 인수했다.
영구채는 사실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구조로 설계됐다. 금리 역시 신용등급이 없는 상태에서도 최근 A0 등급 기업이 발행한 영구채와 비슷한 수준에 책정됐다. 제주항공은 신용등급이 없다. 시장은 BBB-(투기등급 미만) 수준일 것으로 추산한다. 신용등급 없이도 A급 조건을 유치한 점은 시장에서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이번 발행은 제주항공이 기존 산업은행이 보유한 364억원 규모 영구채 콜옵션인 시점(올해 6월)을 앞두고 선택한 구조적 대응책 성격이 짙다. 해당 물량은 코로나19 확산기인 2020년 12월(64억원) ~ 2021년 12월(300억원) 사이에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활용해 조달한 자금으로, 올해 말 기금 해산을 앞두고 사실상 상환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급등세였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516.7%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614.6%까지 올랐다. 2분기 들어 콜옵션 행사와 적자 지속이 겹치면 부채비율이 700%를 넘길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나증권은 이런 배경 속에서 새 영구채 발행을 기획했고, 제주항공은 1000억원 규모 자본 확충을 통해 자본총계를 단숨에 2609억원에서 3609억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부채비율은 685.3%에서 495.4%로 189.9%포인트 낮아지는 효과를 보게 됐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일회성 자본확충만으로 제주항공의 재무건전성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올해 1분기 제주항공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9% 줄어든 3847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손실은 32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무안공항 착륙사고 이후 실적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2분기 역시 적자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