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로고와 젤스 홈페이지 갈무리. ⓒ그래픽=더트래커/배건율 기자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가 내건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는 ‘글로벌 5대 바이오 강국’ 진입이다. 바이오헬스 산업을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청사진 아래, 정부는 규제 개선과 정책적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오랜 침체를 딛고 반등을 노리는 산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원격진료 등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해 의료의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다. 더트레커는 ‘메디컬 테크’의 최전선을 찾아가 과거의 궤적을 짚고, 현재의 혁신을 기록하며, 미래를 향한 질문과 해답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더크래커 = 박지훈 기자
AI 원격진료는 병원 중심 의료의 한계를 넘어선다. 만성 질환자,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 지방·도서지역 환자들에게 새로운 의료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AI 기반 원격진료 산업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 ‘젤스(Xealth)’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선언한 가운데, 이 시장을 선도해온 국내 강소기업 네오펙트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정부 역시 AI 원격진료의 제도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육성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어, 산업 전반에 ‘기회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미국 젤스를 인수하고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젤스는 미국 내 500여 개 병원, 7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들과 연계해 의료진이 환자에게 앱 기반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처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플랫폼을 자사 웨어러블 기기들과 연결해 ‘커넥티드 케어’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진단은 병원에서, 실행과 관리, 모니터링은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의료 구조다.
네오펙트 로고와 스마트 글로브. ⓒ그래픽=더트래커/배건율 기자
대기업이 이처럼 직접 나서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술 성숙도는 이미 충분하며, 글로벌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서 먼저 기술력을 입증한 국내 기업은 네오펙트다.
네오펙트는 미국과 독일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21개국에 딜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스탠포드(Stanford), 시카고 RIC 등 북미 유수의 병원 700여 곳에 자사 인공지능 재활기기를 공급해왔다. 특히 2016년부터 미국 보훈부(DVA) 보조금 지급 대상 기기로 등록된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는 퇴역군인들이 집에서 무료로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만들며 미국 비대면 재활치료 시장의 일상화를 앞당겼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주정부의 원격진료 지원 정책이 더해지면서 네오펙트는 북미에서 ‘AI 기반 재활치료 플랫폼’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즉, 삼성전자가 이제 발을 들인 시장에서 네오펙트는 이미 기술과 실적을 쌓아온 주자인 셈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제도 변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글로벌 5대 바이오 강국’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본격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데 이어, LG와 네이버 출신의 AI 전문가들을 국무조정실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AI미래기획수석에 전진 배치하며 정책 생태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